[열린시선/이성호]대학 총장, 인사위 - 이사회서 뽑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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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얼마 전 한 대학 교수가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자살한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이 일이 터지자 “도대체 총장은 어떤 자리냐?” “직선제가 뭐냐?”라며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대학에서 총장의 권한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 국공립대의 인사권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립대는 이사회가 갖고 있다. 게다가 대학은 기본적으로 수평조직이기 때문에 총장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총장이 어떤 교육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한 대학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수도 있다. 자질이 부족한 총장은 대학의 미래를 파괴할 수도 있다. 총장 선출은 대학의 중차대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총장을 교수들이 선출하는 소위 직선제는 2차 세계대전 후 서독에서 짧게 실시된 적이 있다. 당시 나치의 학정으로 피폐될 대로 피폐된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그러나 그 후 서독 사회가 빠르게 안정되면서 이 제도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총장 직선제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도 군사독재가 붕괴되면서 독재의 잔재를 청소하고 대학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앞다퉈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20년 이상 시행된 직선제의 축적된 폐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후보들은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파당을 만들었고, 듣기 부끄러울 정도의 흑색선전과 모함이 난무했다. 그뿐 아니다. 총장 선거에 교수뿐 아니라 직원과 학생회까지 가세하면서 후보자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비굴한 로비를 펼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총장에 당선된 후 대학의 보직을 논공행상 식으로 나눠 준 것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선거가 아니라도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법은 많다. 이제 우리도 인사위원회나 이사회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부가 사립대는 물론 국공립대의 총장 인선에 관여하는 관행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사립대의 경우는 제왕적인 재단이사장의 전횡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정부나 재단 소유주의 압력을 배제하고, 총장 후보를 물색하고 추천하는 과정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교수들이 굳이 직선제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없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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