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부채 2014년 139兆나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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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7개社 빚 총액 1년새 8% 급증… 가계-공공부채보다 증가폭 커 위험
519개社는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 실적악화속 ‘한국경제 新뇌관’으로

공기업을 포함한 30대 그룹의 총부채가 작년 한 해 동안 139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부채 비율이 전년보다 높아진 16개 그룹의 부채가 총 137조5000억 원으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그룹 중에는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을 계열사로 보유한 곳이 많지만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 한국 경제의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그나마 30대 그룹은 사정이 나은 편으로 중견·중소기업으로 내려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와 공공부채에 가려져 있던 기업부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22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주요 30대 기업 부채액’에 따르면 30대 그룹 소속 1037개 기업의 부채 총액은 2014년 12월 말 현재 1739조892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9조2840억 원(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공부문 부채(47조 원·4.3%)나 가계부채(66조 원·6.5%)보다 증가 속도가 훨씬 높다.

동부, 현대, 한진,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부채 비율이 높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돼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부실기업 간 통폐합과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신설’ 구상이 백지화되면서 한계기업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상장사는 519개사로 2010년에 비해 94개사가 늘었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기업 중에는 GS, 현대중공업, 대림, 동부, 현대그룹 등 주요 대그룹 계열사들이 포함됐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갚을 능력은 떨어지는데 부채가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실적도 최근 악화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글로벌 대외변수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기업이 지속적으로 늘 경우 ‘투자 및 고용 침체→경제 전반의 생산력 저하→경제위기 심화’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금융권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신용평가를 통해 채무조정을 유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부실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인 경기상의 어려움으로 치부하며 문제를 자꾸 회피하다 지난 5년간 기업부채가 누적돼 왔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홍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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