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마 6t 美반입 희대의 中마약상, 한미 ‘서울 유커 작전’으로 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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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희대의 마약상을 검거하기 위한 특수작전에 나섰다. 2012년부터 2014년 초까지 중국에서 미국으로 합성대마 6t가량을 들여온 중국인 마약상 천모 씨(33)를 체포하기 위해서다. 천 씨의 손을 거친 합성대마는 지난해 한국에 밀반입된 주요 마약류 총량(451.07kg)의 1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마약상으로 가장한 DEA 비밀요원은 천 씨에게 마약을 구입하겠다는 e메일을 보냈다. 이후 여러 차례 접촉 끝에 신뢰를 쌓은 두 사람은 한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한국에서 만나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밀요원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DEA는 지난해 8월 천 씨가 한국에 들어오자 우리 검찰에 공동 작전을 요청했다. 한국은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2명을 붙여 천 씨를 미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막대한 유통량으로 보아 천 씨가 한국을 마약 경유지로 이용하거나 비밀 제조처를 운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한국 검찰의 감시와 보호하에 DEA 비밀요원은 약 보름간 천 씨와 위장거래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내용을 확보했다. 이후 DEA 요원은 천 씨에게 “미국으로 놀러오라”며 초청했고 이에 속은 천 씨는 올 3월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입국했다가 바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 검찰은 미국과 공조해 천 씨가 한국을 마약 경유지로 활용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마약청정국’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을 경유지로 삼으면 미국 등 시장이 큰 곳으로 쉽게 갈 수 있어 한국이 마약 유통의 중간 경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 밀반입되는 외국산 마약류는 2010년 127.29kg에서 2014년 451.07kg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으로 유명해진 멕시코 마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으로 밀반입된 멕시코 필로폰은 최근 4년간 전무하다가 지난해 151.18kg이나 적발됐다. 멕시코 마약상이 미국의 집중 단속으로 밀수출에 실패하자 중국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로 판로를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22∼24일 제주 신라호텔에서는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변찬우 검사장) 주재로 21개국, 4개 국제기구가 참가하는 제25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가 열린다. 이 회의는 국경을 초월해 기승을 부리는 마약범죄에 세계 각국이 공조체제를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한국 검찰이 1989년부터 매년 주최하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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