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화문광장 대형 태극기, 서울 수복일에도 못 휘날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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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높이 70m 게양대’ 서울시-보훈처 이견에 무산위기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 추진 중이던 태극기 게양대 설치가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광장에 설치해야 한다”는 국가보훈처와 “시민의 자유로운 이용을 위해 광장을 비워 둬야 한다”는 서울시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보훈처와 서울시에 따르면 올 6월 양측은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광화문광장 북단에 대형 태극기를 걸 수 있는 게양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행정절차가 늦어지면서 설치 시기를 서울 수복 65주년인 이달 28일까지로 미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게양대 설치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28일은커녕 올해 말에도 태극기 게양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대현 서울시 행정자치과장은 “광화문광장에 장기간 대형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에 서울시 열린광장심의위원회의 대다수 위원이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린광장심의위원회는 광화문광장 사용 여부를 심의하는 서울시 산하 위원회다. 서울시장은 이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광화문광장 사용 여부를 허가한다.

지난달 11일 열린 회의에서 위원들은 높이 70m의 게양대를 광장에 설치할 경우 시민들이 광장 사용과 통행에 불편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대형 구조물 설치에 따른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심의 결과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달 말 △올해 말까지만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내년 8월까지 광장 대신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 설치하는 등 2가지 대안을 보훈처에 제시했다. 광화문시민열린마당은 광장에서 약 50m가량 떨어져 있다.

보훈처는 서울시가 내놓은 대안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수도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광장의 ‘상징성’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업무협약 체결 당시 태극기 게양 지점을 ‘광화문광장 내’로 명기한 사실도 내세우고 있다. 또 올해가 3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태극기 게양 기간을 연말까지로 제한한 건 사실상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나치만 보훈처 나라사랑정책과장은 “최근 추세는 국기를 상시 게양하는 것”이라며 “최대한 양보해서 근처에 태극기를 설치한다면 ‘내년’으로 명시한 기한이라도 없애는 게 맞다”고 말했다.

태극기 게양을 둘러싼 갈등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사이 ‘알력 다툼’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 과장은 “(보훈처가) 우리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장소 사용을 결코 협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훈처 관계자는 “자유로운 광장 사용을 주장하는 서울시가 유독 태극기 게양에만 부정적인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념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이 문제가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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