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가서 피어나는 이민자들의 꿈… 힙합 콘서트 온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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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뮤지컬 ‘인 더 하이츠’

랩 배틀, 절도 있는 군무 등을 특징으로 한 힙합 뮤지컬 ‘인 더 하이츠’. SM C&C 제공
랩 배틀, 절도 있는 군무 등을 특징으로 한 힙합 뮤지컬 ‘인 더 하이츠’. SM C&C 제공
요즘 힙합이 확실히 대세인가 보다.

뮤지컬에서도 힙합 뮤지컬이 등장했다. 4일 개막한 라이선스 뮤지컬 ‘인 더 하이츠’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7년 전 초연됐는데 국내에서도 힙합이 대중화되면서 올해 첫선을 보였다. 주요 노래는 랩과 힙합, 라틴음악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 내내 이들 음악만으로도 관객의 어깨가 들썩였다. 가사의 전달력이 중요한 뮤지컬에서 속사포 랩을 쏟아내는 힙합 뮤지컬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그라피티 스프레이를 뿌려대며 한 소년이 요란한 비보이 춤을 추는 첫 장면부터 남다르다. 마치 힙합 가수 콘서트에 온 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의 화려한 군무에선 힘이 느껴졌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유럽 중세 시대 배경 뮤지컬에 식상함을 느낀 관객이라면,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인 더 하이츠’는 미국 뉴욕 맨해튼 북서부에 있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이민자들의 꿈을 그린 작품이다. 워싱턴 하이츠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온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칠레,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거주해 뉴욕의 ‘라틴 할렘’이라 불린다. 여기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돈을 벌어 고향에 돌아갈 날을 꿈꾸는 우스나비를 중심으로 스탠퍼드대에 입학한 수재지만 비싼 학비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니나, 택시회사에서 근무하는 베니, 미용실에서 일하는 바네사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하루하루 고된 ‘미국살이’를 하는 이민자들이지만 이들은 춤과 노래로 삶에 ‘참맛’을 더한다. 우스나비가 할머니인 클라우디아의 복권 당첨 소식에 들떠 당첨금 9만6000달러에 대해 노래하는 ‘96000’이 대표적인 곡이다.

‘인 더 하이츠’는 2009년 제62회 토니상의 최우수작품상, 작곡·작사상, 안무상, 오케스트라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듬해에는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도 거머쥐었다.

한국 초연에선 전문 배우 외에도 여러 아이돌 가수가 배우로 참여했다. 양동근 정원영 장동우(인피니트) 키(샤이니)가 우스나비를, 서경수 김성규(인피니트) 첸(엑소)이 베니를 연기한다. 오소연 제이민은 바네사, 김보경 루나(에프엑스)는 니나 역을 맡았다. 11월 22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7만∼13만 원. 1588-521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힙합#뮤지컬#인더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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