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좋은 동지” 反文연대 시사… 호남 물갈이 폭이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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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野현역의원 첫 탈당

《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현역 의원 1호 탈당이 시작됐다. 박주선 의원(3선·광주 동)이 22일 “새정치연합은 낡은 정치세력”이라며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호남권 중심의 ‘반(反)문재인’ 신당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신임 국면을 겨우 수습한 문재인 대표는 호남발 신당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야권의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은 낡은 정치세력이다. 민주주의 없는 친노(친노무현) 패권정당, (19)80년대 이념의 틀에 갇힌 수구진보정당, 투쟁만을 능사로 하는 강경투쟁정당, 주장과 구호는 요란하나 행동과 실천이 없는 무능정당, 선거에 이길 수 없는 불임정당….”

22일 탈당한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사진)은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을 이같이 맹비난했다. 검사 출신답게 죄목을 하나씩 논고하는 식이었다. 화살은 친노 좌장인 문재인 대표를 정조준했다. 추석 직전에 탈당 선언을 한 것은 민심이 요동칠 추석에 호남 민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박 의원 탈당으로 새정치연합 의석수는 128석이 됐다.

당내 관심은 ‘탈당 도미노’가 이어질지다. 박 의원은 “(다른 현역 의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내가 먼저 탈당하고 신당 준비 작업을 하면 참여할 의원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추석을 전후해 김한길 전 공동대표 등 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을 만날 계획이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탈당 도미노 가능성에 부정적이다. 박 의원 스스로 오래전부터 탈당을 예고해 온 데다 재신임 국면에서 친노-비노 진영이 휴전을 하면서 당 내홍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로선 ‘문재인 저격수’로 불리는 조경태 의원 정도가 주변에 탈당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文대표, 자택으로 당지도부 초청 만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2일 자택으로 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했다. 왼쪽부터 오영식 주승용 최고위원, 이종걸 원내대표, 유승희 최고위원, 박광온 대표 비서실장, 전병헌 최고위원, 문 대표, 이용득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제공
文대표, 자택으로 당지도부 초청 만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2일 자택으로 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했다. 왼쪽부터 오영식 주승용 최고위원, 이종걸 원내대표, 유승희 최고위원, 박광온 대표 비서실장, 전병헌 최고위원, 문 대표, 이용득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제공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별로 새삼스러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후에는 최고위원 전원을 서울 구기동 자택으로 초청해 소주를 나눠 마시며 통합 행보에 주력했다.

변수는 공천 국면에서 빚어질 파열음이다. 당장 당 혁신위원회가 23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인적 쇄신에 대해 어떤 수위의 언급을 할지가 주목된다. 인적 쇄신 대상으로 비노 인사들을 겨냥한다면 당내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신경전도 2라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물갈이 공천이 가시화할 경우 불만을 품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

박 의원도 그때를 대비하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천정배 신당’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김민석 전 의원이 입당한 민주당 등과 함께 야권 신당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게 됐다. 박 의원은 “(천 의원은) 같은 부분이 많아 언젠가는 함께 (신당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동지”라며 “(천 의원, 박 전 지사와) 10월 이후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신당’에는 7월 전현직 당직자들의 탈당을 주도한 정진우 전 사무부총장, 박광태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야당 몫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상임위원장은 국회직인데 꼭 교체를 해야 하느냐”며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지검 특수1부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등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당시인 1998년 대통령법무비서관을 거쳐 16대 총선에서 전남 보성-화순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18, 19대 총선에선 광주 동구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됐다. 선거법 위반과 비리 혐의로 네 번 구속됐지만 한 번도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아 ‘불사조’라는 별명도 얻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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