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대처력·멘탈’ 진화한 국민거포 박병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23일 05시 45분


2년 연속 50홈런. 21일 마산 NC전에서 넥센 박병호는 한국프로야구 홈런의 역사를 다시 썼다. 홈런의 비거리, 타석에서의 대처능력, 강한 멘탈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에 가능했던 대기록이다. 스포츠동아DB
2년 연속 50홈런. 21일 마산 NC전에서 넥센 박병호는 한국프로야구 홈런의 역사를 다시 썼다. 홈런의 비거리, 타석에서의 대처능력, 강한 멘탈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에 가능했던 대기록이다. 스포츠동아DB
넥센 박병호(29·사진)는 KBO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터트렸다. 이 기록이 대단한 이유는 남몰래 흘린 굵은 땀방울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52홈런을 쳤을 때보다 비거리가 늘어났다. 한층 더 까다로워진 상대팀 배터리의 볼배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대처력을 키웠고, 강한 정신력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 거리

일각에선 박병호가 외야 좌우펜스 98m, 중앙펜스 118m의 작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기 때문에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다고 저평가한다. 그러나 박병호가 올 시즌 쏘아올린 50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23.5m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의 외야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20m임을 고려하면, 박병호는 거리와 상관없이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박병호는 비거리 증가에 대해 “이지풍 트레이닝코치와 함께 복배근 훈련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대처력

박병호의 타격폼은 일정하지 않다. 레그킥을 하며 칠 때도 있고, 두 다리를 타석에 붙이고 타격할 때도 있다. 넥센 심재학 타격코치는 “상황, 구종, 투수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준다. 타이밍이 잘 맞는다 싶으면 레그킥을 하기도 하고, 까다롭다고 생각이 들면 정확도를 위해 두 다리를 붙이고 친다”고 귀띔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박)병호의 남모르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 멘탈


대기록을 목전에 두면 주변의 큰 기대와 부담감 때문에 신기록 달성에 제동이 걸리는 ‘아홉수’에 시달릴 수 있다. 삼성 이승엽도 2003년 한 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56개)을 달성할 당시 지독한 아홉수를 겪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20일 마산 NC전에서 49호 아치를 그린 데 이어 다음날 바로 50호 홈런을 터트렸다. 박병호 “홈런을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숫자를 아예 생각 안 했다. 오늘은 오늘, 내일은 또 새로운 하루라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더니 50홈런이 됐다”고 말했다. 2년 연속 50홈런은 강한 정신력이 만든 산물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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