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 그 뒤주 속의 그날…‘사도의 마지막 7일’ 책으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22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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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그리고 쾅, 세상의 문이 닫혔다. 당신의 성난 고함이 다시 들려온다.

“네 놈은 반드시 그 안에서 죽어야 한다!”

나는 두 분을 질끈 감았다. 정녕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이제 영락없이 독 안에 든 생쥐 꼴이다.

아버님이 나를 정말 죽이실까?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장면이다. 그것도 생매장이나 다름없는 뒤주에 가두어 죽인다. 아버지는 두 눈을 뜬 채 그 죽음을 바라본다. 아들은 아사(굶어 죽음) 갈사(더위를 먹어 죽음) 질식사라는 ‘삶의 고문’ 끝에 세상과 하직했다. 인간사에는 전무후무할, 천인공노할 ‘신화’ 같은 이야기. 그렇다. 그 신화 같은 이야기(경우는 좀 다르지만 그리스신화의 크로노스와 우라노스가 그렇다)가 우리 땅에서 벌어졌다. 영조와 사도의 이야기다.

정사에 의하면 1762년(영조 38년) 윤 5월13일이었다.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의 손에 뒤주 속에 갇힌 날이. 그리고 아흐레 후인 5월12일. 아들 사도세자는 뒤주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위대한 조선을 꿈꾸던 스물여덟의 청춘은 그렇게 사라졌다. 뒤주 속의 아흐레는 분노와 절망, 두려움과 애끓음으로 가득 찬 날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두렵고 무섭고 아프고 괴롭고 배고프고 춥고 덥고 힘들었을까. 그 사도의 죽음으로 가는 ‘뒤주 속의 날’이 소설로 나왔다.

‘사도의 마지막 7일’(김상렬 지음 l 나남 펴냄)은 책 제목처럼 뒤주 속에 갇힌 사도세자를 다룬 소설이다. 정사엔 뒤주 속에 갇혀 아흐레 만에 숨졌지만 저자는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7일로 재구성했다. 소설은 총 7부로 구성돼 있다. 뒤주에 갇힌 첫째 날부터 흙사람이 된 일곱째 날까지 시간 순으로 전개된다. 초반엔 사도세자의 눈으로 본 아버지 영조와의 갈등, 부인과 아들, 노론과 소론 등 과거의 행적을 되짚어 본다. 그러나 넷째 날 이후부터는 어두운 공간에서 지쳐가는 사도세자의 심신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도세자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또 한 가지.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여인. 바로 여승 가선과의 애절한 사랑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보석 같은 구성이다. 아내와 후궁은 남편을 경계할 뿐 반려자가 돼 주지 못한다. 가선의 품은 넓고도 따뜻하다.

‘어, 어디서 본 듯한데’라는 촉빠른 독자가 있을 것이다. 맞다. 8년 전 ‘목숨’이라는 얼굴로 나온 소설을 다시 손질해 새롭게 출간한 것이다. 새롭게 쓰는 전면 개편한 이는 김상렬 작가다. 김 작가는 1975년 소설 ‘소리의 덫’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그동안 날로 물신화되어 가는 사회병리 현상을 다룬 ‘달아난 말’ 등 역사와 사회의식이 깊은 작품들을 많이 썼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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