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은 투수의 압승’?…박병호의 강력한 헛 스윙, 투수에겐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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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 홈런 1위는 박병호(50개)다. 그럼 삼진 1위는 누굴까. 역시 박병호(148개)다. 박병호는 올 시즌 홈런 한 개를 칠 때마다 삼진은 거의 세 개씩 당했다.

홈런은 타자의 압승, 삼진은 투수의 압승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 삼진은 투수에게 타자를 잡아냈다는 자신감을 키워준다. 하지만 박병호는 반대다. 그의 강력한 헛스윙은 오히려 상태 투수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 몸쪽과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직구와 변화구의 구종도 상관없다. 항상 힘차게 방망이를 돌리기 때문에 상대 투수들은 ‘걸리면 넘어간다’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박병호 스스로도 삼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 시즌에도 홈런(52개)과 삼진(142개)이 제일 많았던 박병호는 올 시즌 홈런왕과 삼진왕 통합(?) 2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11년 김시진 당시 넥센 감독은 박병호를 LG에서 데려오면서 “내가 감독을 그만둘 때까지 넌 4번 타자다. 한두 타석 못 친다고 부담 갖지 말고 100% 네 스윙을 하라”고 주문했다. LG 시절 ‘못 치면 2군에 갈 수 있다’는 조바심에 위축된 스윙을 하던 박병호에게 김 전 감독은 “4번 타자는 팀 방망이의 자부심이자 팀의 파워를 상징한다.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투수가 놀랄 정도의 스윙을 하라”고 말했다.

덕분에 넥센에서 박병호는 압도적인 ‘한방’의 무게감을 갖춘 4번 타자로 성장했다. 파워는 물론이고 정교한 타격 능력까지 향상됐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뒤로 눕는 듯한 박병호의 전매특허 타격 폼은 타이밍을 놓쳤을 때 나온다. 타이밍이 조금 늦었더라도 상체를 뒤로 빼 끝까지 공을 눈앞에서 두고 쳐 담장을 넘긴다”고 말했다.

염 감독도 “삼진도 박병호 야구의 일부”라고 말했다. 삼진을 피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중심 타선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게 4번 타자 박병호의 임무라는 것이다. 염 감독은 박병호가 삼진을 당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와도 박수를 친다. 박병호의 올 시즌 50호 홈런도 3구 삼진으로 물러난 다음 타석에서 터졌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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