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윤회 친분’ 역술인 11억 사기혐의 피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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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옛 측근 정윤회 씨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났던 역술인 이모 씨(58)가 측근 A 씨(여)로부터 최근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A 씨는 이 씨가 전직 차관급 등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앞세워 투자금을 모아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A 씨는 고소장에서 이 씨에게 대기업 협력업체로 선정되게 해 달라는 청탁 대가로 총 11억 원가량을 건넸지만 사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이 씨의 제자로 인정받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 씨의 역술원에서 1년간 기거했다.

A 씨는 특히 전직 차관급 B 씨를 언급하며 “지난해 10월 이 씨의 지시로 B 씨에게 직접 500만 원을 건넸고, 이 씨를 통해서도 5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A 씨는 B 씨가 이 역술원을 자주 찾았고, 청탁 내용이 적힌 것으로 추정되는 쪽지를 이 씨에게서 건네받는 장면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A 씨는 이어 이 씨가 대형 조선업체 부사장 박모 씨와의 친분을 앞세워 “박 씨가 사장으로 승진하면 협력업체로 등록시킬 수 있다”며 7억5000만 원을 받아 갔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박 씨가 수시로 역술원을 찾아와 이 씨와 협력업체 선정 건을 상의하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역술인 이 씨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가 대기업 납품 건을 간곡히 부탁해 B 씨에게 물어본 적은 있지만 거절당했다. 사업 청탁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B 씨는 “A 씨를 만난 적도, 청탁이나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지난해 정윤회 씨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논란 이후 이 씨의 역술원이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전했다. 현직 부장검사가 인사철에 이 씨를 찾아와 직접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맡겼고,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이 역술원을 드나들며 각종 사업을 상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부장검사는 “인사 청탁이 아니라 검찰 조직의 발전 방향을 상의한 것뿐이다”라며 “서류를 맡긴 시점도 지원했던 직위에서 탈락한 후였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신동진 기자
#정윤회#역술인#사기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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