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재신임 투표 철회… 불안한 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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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받은 文측 “조기 총선체제로”
비주류 “탕평 없으면 당 분열”… 공천관리기구 인선 재격돌 조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1일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초유의 ‘재신임 국면’은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일시적 휴전(休戰)일 뿐 언제든 다시 갈등이 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 총선 공천의 사전 단계인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을 놓고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이 재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표는 이날 김성수 대변인이 대독한 ‘재신임 관련 입장’에서 “제 뜻은 거둬들이고 모두의 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진통 끝에 총의가 모아진 만큼 당 구성원 모두가 존중하고 승복해 단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혁신안 통과-재신임 의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문 대표 측은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문 대표는 ‘재신임 카드’를 꺼내든 9일 기자회견에서 “(재신임 이후) 총선 승리를 위한 총력 체제, 재창당에 가까운 뉴파티(New Party) 비전 제시”를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표 측은 당을 총선 체제로 조기 개편하고, 본격적인 인재 영입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당의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는 ‘무지개 선거대책위원회’를 통한 통합 등도 검토 중이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회 논의만으로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며 “이른바 비주류 의원들을 더 많이 포함시키는 특보단이든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현안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노 진영은 “친노 패권주의가 다시 발호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반(反)문재인’의 선봉에 섰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이날 회동을 갖고 “총선 승리를 위한 행보를 하면 같이할 것이고, 반대 방향으로 가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양측의 힘겨루기는 다음 달 출범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인선을 놓고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비노 진영의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등을 구성할 때 탕평을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당이 심각하게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신임 국면에서 문 대표에게 맞서 존재감을 드러낸 안철수 의원의 행보도 변수다. 문 대표 측은 ‘혁신실천위원회’(가칭) 등을 통해 안 의원이 후속 혁신 작업을 주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안 의원의 ‘부패 척결’과 문 대표의 ‘인적 쇄신’은 공통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안 의원이 문 대표와 손을 잡을지, 거부하고 끝까지 대립각을 세울지에 따라 당의 권력 지형은 다시 요동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휴전#재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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