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야생방사 황새, 먹이 찾아 최고 500km 이동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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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 교수, 2주간 이동경로 추적… 예산 황새공원서 섭식활동 예상 깨
대체 서식지로 저수지 선택한듯

국내에서 복원돼 3일 처음으로 야생 방사된 황새들이 방사지 인근에서 수백 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전북 군산시 망동제 저수지 부근에서 발견된 황새.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제공
국내에서 복원돼 3일 처음으로 야생 방사된 황새들이 방사지 인근에서 수백 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전북 군산시 망동제 저수지 부근에서 발견된 황새.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제공
국내에서 멸종된 지 22년, 복원 사업 착수 19년 만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 8마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황새 복원 사업의 주역인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박시룡 교수(63)에 따르면 이들 황새는 방사지인 충남 예산의 황새공원 주변에서 먹이 활동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수백 km를 이동해 섭식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충분한 먹이 없어 먼 곳 저수지 찾아


박 교수는 3일 방사 후 2주일간 황새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전체 8마리 가운데 2마리를 제외한 6마리는 예산 황새공원을 벗어나 100∼500km를 이동해 먹이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황새생태연구원은 방사 당시 위성추적이 가능한 장치를 황새에 부착해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방사 황새 가운데 K003과 K006은 지금까지 한 번도 예산 황새공원을 벗어나지 않고, 이 주변 인공습지에서 먹이 활동을 했다. 그러나 K005와 K007, K008 등 나머지는 방사 직후 곧바로 황새공원을 벗어나 100∼500km 떨어진 전남북의 저수지(장흥, 해남, 남원, 군산, 고창, 완주) 등을 찾아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인근 충남 청양과 경기, 인천까지도 날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교수에 따르면 원래 이 계절 황새들은 주로 논 인근 하천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이는 벼가 다 자라 논에 황새들이 들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을 뺀 논이 많아 먹이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양상 때문에 황새들이 주로 논 인근의 농수로나 소하천 등에서 섭식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다”라며 “결국 황새들이 논 인근 하천에 충분한 먹이가 없자 대체 서식지로 저수지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저수지는 황새 서식지의 마지막 보루


박 교수는 이번 황새 이동 경로를 관찰한 결과 황새들의 마지막 대체 서식지는 저수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했다. 과거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살았던 황새 한 쌍은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둥지에서 1km 남짓한 금정저수지를 주 먹이 활동지로 삼았다. 박 교수는 “농약으로 인해 논과 하천이 오염돼 먹이가 줄어들자 상대적으로 농약에 덜 노출된 저수지를 이용해 황새들이 국내에서 마지막 번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에 이번에 방사한 황새들이 논과 인근 하천에서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해 저수지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 결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겨울철 예산 내륙의 인공습지가 얼어붙으면 일본 효고 현과 중국 양쯔 강 등으로 날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겨울이 지난 뒤 이들 황새가 다시 돌아올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올겨울이 지난 뒤 이 황새들의 내륙 귀환 여부를 보고 나서 2차 황새 방사 개체수와 방법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본의 황새들은 국내와 같은 시기이지만 지금도 논 인근의 하천이나 논 가운데에 마련된 습지 등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차이를 보인다”라며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논에 3배나 많은 농약을 사용하고 있어 황새 서식지의 질(質)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2주간의 추적 결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다. 다행히 방사된 8마리에 부착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정상 작동하고 있어 한반도 담수 생태계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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