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난 7년째 명랑투병… 여러분 응원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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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이해인 수녀 격려 메시지에 30만 삼성직원 ‘뭉클’

“여러분, 오늘도 힘내시고 열심히 각자의 산을 오르세요. 먼 데서도 가까운 마음으로 기도 안에 응원할게요.”

이해인 수녀(사진)가 삼성 임직원들을 위해 직접 써서 보낸 격려의 편지가 21일 삼성 사내(社內) 인트라넷인 ‘마이싱글’의 로그인 화면에 걸렸다. 마이싱글은 삼성 임직원 30여만 명 대부분이 매일 출근하자마자 접속하는 사이트다.

2008년 여름부터 7년 동안 암과 싸우고 있는 그는 스스로를 ‘명랑투병 중’이라고 소개하며 일상에 지친 임직원들에게 희망의 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그는 “부산 광안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나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며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하는 솔선수범의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인내의 산을 잘 넘을 수 있는 지혜를 청한다”고 했다.

이어 “마음엔 평화를 담고 얼굴에 미소를 담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내가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제겐 꼭 필요합니다, 라고 기도한다”며 “여러분도 힘내서 각자의 산을 오르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해인 수녀의 시가 마이싱글에 처음 실린 것은 200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 관계자는 “이해인 수녀의 인생을 성찰하고, 사랑과 행복을 기도하는 희망적인 내용의 시를 로그인 화면에 소개하면 하루를 시작하는 임직원들의 마음이 좀 더 따뜻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취지로 게재를 요청드렸다”며 “수녀님이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겠다고 하시며 삼성인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흔쾌히 허락했다”고 했다.

그해 12월 4일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라’는 내용을 담은 ‘12월의 엽서’라는 작품이 가장 먼저 소개됐고 이후 ‘매화 앞에서’와 ‘아침기도’ 등 매년 3, 4편의 시가 5년에 걸쳐 실렸다.

이 수녀가 직접 삼성인들을 위한 짧은 응원의 글귀를 보내온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일상의 업무가 무겁게 여겨질 때 자신의 짧은 시 한 줄이 문득 가벼운 위로가 되었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날 로그인 화면에는 이 수녀의 투병생활을 응원하는 삼성 임직원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제일기획 신하정 프로는 “수녀님 편지를 읽다보니 울컥 한다”며 “출력해서 책상에 붙여두고 싶다”고 했고 삼성물산 황윤정 대리는 “명랑투병 중이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는다”며 “저는 건강 속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어려움만 바라보며 젖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저 역시 명랑하게 살아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암투병#이해인수녀#삼성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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