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한국에서 천재라 부를 수 있는 2명 중 1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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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내가 주저 없이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두 명 중 한 사람이 장영규 음악 감독입니다.”(영화감독 박찬욱)

최동훈 감독의 1000만 영화 ‘암살’과 ‘도둑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등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장영규 음악감독(47)이 무용 연출가로서 첫 도전장을 던진다. 다음달 9~11일 오후 5시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신작 ‘완월(玩月·달을 즐긴다)’을 통해서다.

18일 공연 연습이 한창인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원래 앞에 나서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 한마디 툭 던진 조언 때문에 무용 연출자로…”라며 웃었다.

그가 이끄는 국악 퓨전 앙상블 ‘비빙’은 지난해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국제아트페스티벌에 국립무용단과 함께 한국 대표로 특별 초청됐다. 당시 국립무용단은 여러 소품을 모은 ‘코리아 환타지’를 공연했는데 유독 그의 눈엔 ‘강강술래’가 들어왔다. “반짝반짝 빛났어요. 떼로 손잡고 원형으로 도는 기존의 강강술래가 아니었어요. 12명의 무용수들이 다양한 몸짓과 새로운 동선을 보여주며 마치 세포가 분열하는 듯한 환상적 강강술래를 선보였어요. 강강술래를 단독 공연 작품으로 만들어도 훌륭하겠다 싶었죠.”

그는 그 자리에서 국립무용단 측에 “강강술래의 음악을 바꿔 작업하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국립무용단 측은 덜컥 그에게 ‘연출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

사실 그는 영화 뿐 아니라 공연과도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1992년부터 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의 작품에 여러 번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국립무용단의 ‘회오리’ 뿐만 아니라 연극 ‘페리클라스’ ‘광부 화가들’ 등 수십 편의 공연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공연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그의 전공인 음악은 미완성 상태다. 18명의 여성 무용수들은 연습용 음악에 동작을 맞추고 있었다. 그는 “안무가 더 급하다. 음악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며 웃었다.

“음악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마지막에 만들 겁니다. 저는 공연에서 음악을 미리 주는 걸 안 좋아해요. 음악을 미리 주면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리듬과 음악에 좌지우지 되거든요. 늘 공연 전날까지도 음악을 바꿔 긴장하게 만들죠. 긴장할 때 나오는 에너지가 좋아서요.”

그는 ‘완월’의 음악에 대해 “악기 소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싶은데 무음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감독으로 여러 무용 작품에 참여하긴 했지만, 안무를 직접 짜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완월의 연출을 제안받자마자 안은미무용단 소속 무용가 김기범(32)에게 안무를 맡겼다. 김기범은 안무에 대해 “강강술래 동작을 잘게 쪼갠 뒤 합쳤다”고 설명했다. 10분 남짓한 기존의 강강술래 춤은 변화된 구조에 따라 1시간 분량의 공연으로 확장, 변주될 예정이다.

“여성무용수들이 무대에 오르지만, 전통 강강술래의 여성스러움은 배제될 겁니다. 모던한 강강술래라고나 할까요. 완월을 보고, 원형의 강강술래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장영규)

3~4만 원, 02-220-4114~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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