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몰랐던 ‘탈옥 32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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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세탁 후 유유히 ‘제2 인생’… 사망 11년 지나서야 밝혀져

미국에서 무기수가 탈옥해 붙잡히지 않고 살다가 숨진 뒤에야 정체가 밝혀진,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18일 AP통신에 따르면 1958년 미국 오하이오 주 해밀턴의 한 병원에서 잡역부로 근무하던 셜리 캠벨(당시 20세)은 간호실습생을 성폭행한 뒤 죽인 혐의로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캠벨은 당시 강도죄로 가석방된 상태라 가중 처벌됐다. 그는 14년 동안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72년 교화 농장에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쳤다. 이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에드워드 데이비드’라는 인물로 신분을 세탁했고 1980년대 중반에는 뉴멕시코 주로 이주했다.

캠벨은 이웃들에게 자신은 베트남 참전 용사로 아내와 두 딸을 화재로 잃었다고 거짓으로 소개했다. 이스턴뉴멕시코대 사회학과에 진학해 학사 학위를 받았고 뉴멕시코 주 노동부에서 노동자문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가정을 꾸려 딸까지 낳았고 66세이던 2004년 뉴멕시코 주 로즈웰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탈옥 이후 32년 동안 다른 사람으로 살아온 셈이다.

캠벨의 실체는 사후 11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연방보안관실 미제사건팀은 올 4월 캠벨의 탈주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름을 바꾼 용의자를 6명까지 추려냈으며 최근 지역신문에서 캠벨의 옛 부고 기사를 발견해 그의 실체를 확인했다. 미제사건팀은 캠벨의 아내에게 남편이 탈주범이라고 밝혔으나 아내는 끝까지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미제사건팀의 담당 경찰 데이비드 실러는 “새로운 삶을 산 그는 뛰어난 연기자이자, 희대의 탈주범”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방 보안관실은 캠벨이 탈옥 이후 추가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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