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지금, 한국의 저출산 전철 밟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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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교수 현지서 인구정책 자문

“베트남은 30여 년 전 우리나라와 유사한 저출산 상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그대로 방치할 경우 필연적으로 닥칠 저출산 문제를 미연에 예방하려는 것이죠.”

국내 소장파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43·사진)가 베트남 보건부 인구국 소속 인구컨설턴트로 초빙됐다. 조 교수는 앞으로 1년 동안 베트남 인구 정책을 점검하고 베트남 정부에 새로운 인구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흔히 개발도상국은 저출산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베트남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현재 약 2.1명까지 줄었다. 인구학계에서는 통상 합계출산율이 최소 2.1명이 돼야 인구가 줄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출산에 빠질 수 있는 문턱까지 와 있는 셈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베트남 정부는 유엔인구기금(UNFPA)에 정책 컨설팅을 의뢰했고, 유엔인구기금은 아시아에서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한국의 인구학자를 적임자로 물색하던 중 조 교수에게 자문을 했다.

조 교수는 “베트남의 지금 상황은 1983년의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1명이었지만,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1996년까지 계속하며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홍보했다. 1983∼1996년은 한국 저출산 역사에서 ‘잃어버린 13년’으로 불리고 있다. 조 교수는 “당시 일본의 저출산 정책만 벤치마킹했어도 지금과 같은 심각한 저출산에 빠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베트남이 이 같은 주변국의 상황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놀랍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베트남의 인구와 경제성장의 인과 관계를 밝히고, 이를 통해 정확한 인구 추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베트남이 산아제한 정책을 계속할지 그만둘지 등 인구 정책 재정립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조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사업 과학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베트남의 총 인구정책에 관여하는 만큼 표면적인 시장 상황과 감에 의존해 사업을 하던 국내 기업들에 학술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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