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명문가 부녀의 대이은 한국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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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치야 요시히코 前참의원 의장… 49년전 축령산 편백나무숲 지원
중의원 외무위원장인 차녀도… 전남도에 50만 그루분 씨앗 지원

이낙연 전남지사(오른쪽)가 19일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쓰치야 시나코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장의 친서를 언니 쓰치야 모모코 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함께 펼쳐 보이고 있다. 전남도 제공
이낙연 전남지사(오른쪽)가 19일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쓰치야 시나코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장의 친서를 언니 쓰치야 모모코 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함께 펼쳐 보이고 있다. 전남도 제공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의 우호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편백나무 씨앗을 보내겠습니다.”

일본의 유명 정치인 가문의 2대에 걸친 한국 사랑이 화제다. 쓰치야 시나코(土屋品子)일본 중의원 외무위원장은 19일 언니 쓰치야 모모코(土屋桃子) 씨를 통해 이낙연 전남지사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시나코 위원장은 친서에서 “사이타마(埼玉) 현 히키(比企) 군에서 생산된 편백 씨앗 한 말(18L) 250만 알을 채취해 11월 말경 보내겠다”며 “발아율을 20%로 계산하면 약 50만 그루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나코 위원장은 또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 어떠한 때에도 서로를 신뢰하고 우호하기를 바란다”며 “한일 우호 50년의 의미를 담아 아버지에 이어 편백 씨앗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시나코 위원장은 일본의 참의원 의장과 사이타마 현 지사를 지낸 쓰치야 요시히코(土屋義彦·2008년 작고) 씨의 차녀다.

고 쓰치야 의장은 1966년 비행기에서 한국의 산이 황폐한 것을 보고 나무 씨앗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히키 군의 편백과 삼나무 씨앗 76만 그루분을 한국에 보냈고 그 씨앗에서 자란 묘목의 대부분이 전남 장성군 축령산과 장흥군 억불산(우드랜드) 등에 심어졌다. 그는 2004년 편백 숲을 이룬 축령산을 방문했다. 2012년 축령산을 둘러본 시나코 위원장도 “아버지의 뜻이 잠들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친서에서 밝혔다. 친서를 전달한 모모코 씨는 아버지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19세의 말단 군인으로 시즈오카(靜岡) 현 하마마쓰(濱松)에서 재일한국인이 건네준 주먹밥으로 배고픔을 달랬던 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고마움을 평생 간직하며 살았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고 쓰치야 의장 부녀의 2대에 걸친 한국 사랑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일이 한일 관계 발전은 물론이고 전남도가 추진하는 ‘숲 속의 전남 만들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시절 한일 의원연맹 간사장과 수석부회장을 지낸 이 지사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에 50만 그루분의 편백 씨앗을 받았으니 한일 관계도 지난 50년보다 더 좋은 50년으로 키우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전남도는 기증받는 편백 씨앗을 나주시에 있는 산림자원연구소 부지에 내년 2월 파종, 묘목 시험재배를 거쳐 2018년 적절한 장소에 심을 계획이다.

무안=정승호 기자s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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