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장서 통일전초전… 뛰고 웃고 땀흘리며 하나됐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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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남북 대학생 구성 ‘통통축구단’ 출범

남북 대학생으로 구성된 축구팀 ‘통통 축구단’이 20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대운동장에서 출범식을 열고 연예인 회오리 축구단과 함께 친선경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통통 축구단에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북한인권단체인 L4와 나우(Nauh), 남북 대학생 동아리 몬스터 등 4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남북 대학생으로 구성된 축구팀 ‘통통 축구단’이 20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대운동장에서 출범식을 열고 연예인 회오리 축구단과 함께 친선경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통통 축구단에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북한인권단체인 L4와 나우(Nauh), 남북 대학생 동아리 몬스터 등 4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와, 와.”

20일 오전 11시 20분. 서울 국민대 대운동장. 남한 대학생과 북한 출신 대학생으로 구성된 ‘통통 축구단’이 연예인 회오리 축구단을 상대로 첫 골을 넣자 곧바로 응원석에서 힘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통통 축구단은 30여 분간 진행된 경기에서 3 대 0으로 완승했다.

이날 출범식을 가진 통통 축구단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올해 5월 축구를 통해 탈북 청소년의 적응을 돕기 위해 운영한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북한인권단체인 L4와 나우(Nauh), 남북 대학생 동아리 몬스터 등 4개 팀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이날 연예인 회오리 축구단과의 친선경기에는 4개 팀 대표 선수들이 뛰었다.

통통 축구단 선수들은 “공으로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가 됐다”며 축구 예찬론을 폈다. 2007년 탈북한 지철호 씨(30·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처음에는 남한 친구들은 ‘비즈니스’로만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했는데 자주 부딪치다 보니 오해가 풀렸다”며 “공이라는 도구를 통해 남북이 서로 믿고 뛰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10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정광성 씨(26·서강대 정치외교학과)는 한국 적응 스트레스를 축구로 풀고 있다. 정 씨는 “통일에 관심 없다는 또래가 많은데, 통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축구를 통해 서로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철민 군(23·여명학교)은 “학교에 운동장이 없어 한강 둔치 등에서 연습했다. 뛰고 나면 힘들기는 하지만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했다. 헤어디자이너가 꿈인 송 군은 “남한 친구들하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친선경기를 지켜보던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은 “저기 뒤로 처진 아이들 보이시죠? 우리 학교 아이들이 축구를 잘하는데 후반전에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여명학교 학생 대부분이 1990년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나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교감은 “오늘처럼 같이 뛰고 웃고 땀 흘리는 게 진짜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도 통통 축구단 유니폼인 파란 반바지와 흰 티셔츠를 입고 10여 분간 직접 선수로 뛰었다. 홍 장관은 경기 이후 탈북청소년과 간담회를 하면서 “‘통일을 꿈꾸면 안 된다, 통일 이후를 꿈꿔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가슴에 와 닿았다”며 “(여러분은) 지금 우리 사회에 새로 정착하려는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들 아니냐. 통일 이후에도 리더가 되어 달라”고 격려했다. 그는 이어 “탈북민 1호 경찰이 되어 달라” “북한 말투를 고치려 애쓰지 마라. 당당하게 말하면 된다” “헤어디자이너 꿈을 이루면 머리를 자르러 가겠다” 등 일일이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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