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곤 ‘살생부 20대’ 살해하려 피해女 납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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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시비男 유인책 이용하려다 계속 반항하고 소리치자 목 졸라

‘트렁크 살인 사건’ 피의자 김일곤(48)이 피해자 주모 씨(35·여)를 이용해 원한관계에 있던 남성을 유인한 뒤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일곤의 실제 살해 목표였던 남성은 김일곤의 ‘살생부’로 알려진 메모에 적힌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김일곤이 20대 남성 K 씨를 유인하기 위해 주 씨를 납치했으나 주 씨가 지속적으로 반항하자 살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일곤은 올해 5월 초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K 씨와 시비가 붙은 뒤 쌍방폭행 혐의로 6월 벌금 5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K 씨에게 불만을 품은 김일곤은 6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7차례에 걸쳐 K 씨의 집과 근무하고 있는 노래방에 찾아가 “벌금을 대신 내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초에는 칼을 보여주며 K 씨를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일곤은 납치한 주 씨로 하여금 노래방 도우미인 척 가장해 노래방에서 일하는 K 씨를 유인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일곤은 경찰 조사 중 “애초에 납치한 여성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으나 계속 반항하고 차 안에서 창문을 두드리거나 살려달라고 소리쳐 목을 졸라 죽였다”고 진술했다. 피해 여성의 신체 일부를 훼손한 이유에 대해서 김일곤은 “납치 이후 (주 씨가) 본인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고 K 씨를 죽이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일곤은 K 씨와 시비가 붙은 뒤인 6월 초에 K 씨를 포함해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한 28명의 명단을 작성했다. 이들 중 실제로 김일곤에게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일곤을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으며 K 씨에 대한 살인예비 혐의도 추가할 예정이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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