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파병 한국동의’ 규정 불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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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보법안 후속조치 논란

안보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마자 일본 정부가 동맹국 무력 경호를 가능하게 하는 지침을 논의하는 등 준비된 카드를 하나둘씩 꺼내고 있다.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예상된 수순이기는 하지만 주변국들은 일본의 발 빠른 후속 조치를 우려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일본이 70년간 지켜온 평화주의 노선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타전했다.

○ 안보법제 후속 조치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한 자위대에 무기를 지급했지만 무기 사용은 ‘자위대가 직접 공격을 받을 때’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 안보법제 시행을 앞두고 함께 파병된 타국 부대가 공격받을 때 무기를 사용하며 경호하기 위한 지침 마련을 서둘러 논의하고 있다.

집단자위권의 핵심은 이처럼 동맹국 등이 공격을 받을 때 무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실험과 대비 작업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법안 통과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구에서 실제 검토 단계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의 동의 없이 파병될 수 있다는 논란도 불식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일본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는 동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나와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 구출이나 미군 지원을 명분으로 한국의 동의 없이 자위대를 보낼 것이라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본이 후속 조치를 서두르는 것이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일 발표된 교도통신의 긴급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졌으며 응답자의 80% 이상은 “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 야권 반발도 변수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을 무시한 폭거로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일본 도쿄(東京)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안보법제 반대 시위를 주도한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의 중심인물 오쿠다 아키(奧田愛基) 씨가 “(다음) 선거에서 찬성한 의원들을 심판하고 법을 다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권의 최고기관인 입법부가 무참한 모습을 드러냈다”며 “입헌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국회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소송도 잇달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학자들은 새 법이 교전권과 군사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에 어긋난다며 100여 명을 모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반(反)아베 연대’를 내걸고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내년 참의원 선거를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독자 행보를 이어오던 일본 공산당이 19일 “야권 연대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위대 지원자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니치신문은 20일 “해외에 파견된 자위대의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자위대와 가족들 사이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법안 통과 직후 “국민들에게 성실하고 끈기 있게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은 반발, 미국 영국은 환영

일본 안보법안 통과에 대해 각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미국 국무부는 “지역과 국제 안보활동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으려 하는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은 “일본 의회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반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법안 통과 직후 “일본이 최근 군사력을 강화하며 안보 정책을 바꾼 것은 평화, 발전, 협력의 시대 조류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미국의 CNN은 “70년에 걸친 일본 평화주의에 중요한 변화”라며 “미국 같은 동맹국은 환영하지만 주변국 및 일본 국내 여론의 반발, 군비 부담으로 인한 재정 부담 가중으로 아베 정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권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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