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中민간차량에 총격”… 北中 또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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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北中관계]
소식통 “18일 中창바이현 접경서 소총에 맞아 2명 부상-1명 중태”
北정찰총국 요원 체포 등 잇단 마찰

《 18일 북-중 접경지대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북한군이 중국 민간인 차량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북한군 소속 정찰총국 특수요원들이 한국인을 납치하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히는 사건이 보도된 직후에 북한군이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북한군의 일탈 행위는 지난해 12월 북한 탈영병에 의한 조선족 살해 사건 이후 최근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국경 지대와 양국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사건들은 북-중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양국 외교 마찰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냉랭해진 가운데 18일 북한군이 중국 접경지역에서 중국 민간인이 탄 차량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군에 의한 총격이나 예사롭지 않은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북-중 국경과 양국 관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관측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일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중국 국경을 넘어간 북한 군인은 18일 오후 9시경 지린(吉林) 성 창바이(長白) 현 국도에서 민간인 차량에 총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2명이 부상했으며 1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용한 총기는 권총이 아닌 소총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을 가한 북한 군인은 북한으로 다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으며 현지 공안이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사건 발생 시간과 장소에는 일반 시외버스가 다니지 않는데, 무슨 차량이 왜 그 시간에 한적한 국도로 갔는지가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변경지역에서는 북한 병사가 밀수 등 동업자인 중국인을 변경으로 불러 살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며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조사하면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창바이 현은 평소에도 탈북 루트로 많이 이용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또 북-중 간 밀수가 끊이지 않아 국경을 넘나드는 이권 다툼에 의한 보복 살해 등 인명 사고가 계속 일어나 중국 당국이 병력을 동원해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2010년 6월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도 중국인 밀무역업자 3명이 북한 경비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며 “이번에 총을 쏜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온 북한 군인들이 아니라 국경 건너편에 있던 군인들이고, 총탄을 맞은 사람이 밀수꾼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의 차량 총격 사건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외 암살 및 납치 공작조가 지린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서 한국인을 납치해 북한으로 끌고 가려다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알려졌다. 정찰총국 요원들의 납치 시도는 북한 내 충성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들이 중국 당국에 붙잡힌 것은 중국이 더이상 이들의 활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예민해진 중국 공안당국이 북한에 차량 총격 사건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또 지난해 12월 말부터 중국 측의 국경 경비가 강화된 이후에 발생했다. 당시 중국은 북-중 변경지역에 철책을 더 단단히 두르고 마을 경보 체제를 도입하는 등 경계를 강화해 왔다. 당시에는 지린 성 허룽(和龍)에서 국경을 넘어온 북한 군인이 민가에 침입해 조선족 교포 부부 4명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측에 해명과 보상을 요구했다. 이런 전례로 볼 때 이번 사건 역시 북-중 외교 문제로 비화돼 한 단계 높은 대책을 요구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소식통들이 분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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