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비디오 게임은 10대가 열광?… 낡은 인구통계학적 기준 버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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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선 40대여성이 비디오게임 즐겨… 기존 성별 - 연령 분류방식 안통해
취향 - 관심사 중심으로 고객 묶고 성소수자 등 틈새시장 공략을

“비디오 게임에 열광하는 이들은 대부분 10대 남성이다.”

“SNS 사용자는 적어도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을 것이고, 청소년과 노년층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거의 대부분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동성애 지지 증가율은 유교문화권의 대한민국보다는 미국 등 서구권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반박할 여지가 없어 보일 정도의 명제들이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대다수가 여성이고 44세 이상 비율이 제일 높다. 트위터 사용자 중 최근 가장 급속도로 늘어난 연령대는 55세 이상 64세 이하다. 60세와 13세가 각각 좋아하는 1000명의 예술가 중 40%는 서로 겹친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대한민국 동성애 지지 증가율은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보다 높았다.

그렇다면 왜 앞서 제시한 ‘상식적인 믿음’들은 그렇게도 쉽게 받아들여졌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소비자를 분석할 때 ‘인구통계학적 기준’을 주로 활용해 왔다. 연령, 성별, 거주지역, 소득, 결혼 여부 등의 요인들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전제하에 소비자를 분류하고 행동을 예측해 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유사한 글로벌 제품을 사용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국경이나 연령 등과 상관없이 의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이케아, 맥도널드 등은 전 세계인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해 제품 전략을 수립하는 과거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인구통계학에 기초한 ‘세그먼트(segment·세분시장)’ 구분에서 벗어나 비슷한 취향과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집합체(aggregation)’ 기반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성별, 연령에 따라 묶이는 세그먼트가 아니라 관심사, 취향에 따라 묶이는 집합체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푸마는 나이키, 아디다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전통적 스포츠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 속에서 경쟁적인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집합체로 묶는 ‘푸마소셜’을 캠페인으로 진행해 성공을 거뒀다. 연령대나 거주지역과 무관하게 특정 취향을 갖고 있는 전 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던 것이 주효했다.

두 번째로, 탈인구통계학적 관점으로 새로운 시장기회, 혹은 틈새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2014년 11월 싱가포르에서 문을 연 ‘워싱턴 호텔’은 고가에 최고급 스위트룸을 ‘애완견’에게 제공하고 애완견 전용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구비해 전 세계 부자 애견인들의 집합소가 됐다. 마지막으로 기존 관점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를 갖고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데 도전해야 한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상품을 출시해 ‘쿨한 소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홍콩의 잡지 ‘100Most’, 정략결혼 위주의 사회를 ‘애정 기반 결혼 장려 캠페인’을 통해 바꾸려는 인도의 주얼리 브랜드 ‘타니슈크’ 등이 바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오성수 대홍기획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sungsu.oh@daehong.co.kr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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