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韓流 엔터커머스’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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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NHN엔터 회장, 배용준의 ‘키이스트’에 100억 투자 속내는…
김수현 등 한류스타 마케팅에 활용… 中 전자상거래 시장 공략 나설 듯

이준호 회장
이준호 회장
최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대 관심사는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NHN엔터) 회장이 연예기획사에 거액을 투자한 것이었다. 이 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함께 네이버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이 회장은 이달 16일 한류 스타 김수현, 배용준 등이 소속돼 있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에 총 100억 원을 투자했다. 키이스트는 NHN엔터 이 회장을 대상으로 40억 원, NHN엔터 자회사인 NHN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0억 원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또 NHN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0억 원의 전환 사채를 발행했고, 키이스트 최대주주 배용준도 보유주식 116만 주를 이 회장에게 40억 원에 팔았다.

NHN엔터는 사실 네이버 게임사업부 영역이 분리돼 탄생한 업체다. 게임회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전자상거래 및 간편결제 등 비(非)게임 영역에 잇따라 투자하며 종합 ICT 업체로 변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이 키이스트에 투자한 ‘속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떠오르는 ‘엔터커머스’

이번 투자는 단순히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한 투자라기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엔터커머스(엔터테인먼트+e커머스)’ 시장에 대한 투자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ICT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부터 키이스트는 자신들이 2대 주주로 있는 중국 맞춤형 전자상거래 업체 ‘판다코리아’와 함께 엔터커머스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엔터커머스는 한류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활용해 소비자의 관심을 모은 뒤 이를 전자상거래 시장 소비로까지 이끌어내는 방식을 뜻한다. 예컨대 키이스트 소속 배우 김수현이 출연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판다코리아는 ‘김수현 특별상품전’ 같은 행사를 독점적으로 기획하며 중국 소비자를 끌어들여 한국 중소기업 물품 판매로 이어지도록 한다.

실제 판다코리아는 지난해 말 김수현 사진이 들어간 책상달력 10만 부를 제작해 무료 배포했다. 특히 김수현의 생일(2월 16일)과 같은 일련번호가 새겨진 달력은 중국에서 경매에 부쳐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NHN엔터, 게임 → 종합ICT업체로 체질 개선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업무 협약을 체결한 키이스트와 판다코리아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화장품 등 상품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쇄적인 투자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

이번 투자에 앞서 NHN엔터는 2013년 8월부터 일본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 ‘사바웨이’, 중국 온라인 판매업체 ‘어컴메이트’ 등 국내외 전자상거래 및 정보기술(IT) 솔루션 업체 등에 18차례에 걸쳐 4000여억 원을 투자했다. 이들 투자 대상 업체와 NHN엔터가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다양한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전자결제 전문업체 한국사이버결제는 지난달 판다코리아와 국가 간 전자상거래 활성화 및 통합결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판다코리아에 한국사이버결제의 해외통합결제창이 적용되면서 비자, 마스터, JCB 등 글로벌 브랜드 신용카드 및 중국 ‘국민 모바일 메신저’ 위챗페이먼트(WeChat Payment)를 포함해 알리페이(Alipay), 텐페이(Tenpay), 페이팔(PayPal) 등의 결제 수단의 연동이 가능하게 됐다.

한국사이버결제는 NHN엔터가 최대 주주다. 지난해 11월 NHN엔터는 한국사이버결제에 643억 원을 투자했다. NHN엔터가 올해만 120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총력을 기울이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도 두 회사가 공동 개발했다.

ICT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NHN엔터(IT 역량)-한국사이버결제(전자결제)-판다코리아(전자상거래)-키이스트(한류콘텐츠)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의 기초가 마련된 셈”이라며 “키이스트는 한류를 활용한 게임, 드라마 콘텐츠 제작도 준비 중이기 때문에 NHN엔터와 다양한 협력 시너지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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