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정의윤의 반전 활약…점점 더 박병호 닮아간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21일 05시 45분


SK 정의윤은 LG에서 이적해온 이후 11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새로운 4번타자로 자리 잡았다. 넥센 박병호처럼 LG를 벗어나자마자 잠재됐던 재능을 꽃피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스포츠동아DB
SK 정의윤은 LG에서 이적해온 이후 11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새로운 4번타자로 자리 잡았다. 넥센 박병호처럼 LG를 벗어나자마자 잠재됐던 재능을 꽃피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스포츠동아DB
배트 무게·타격 수정 등 정경배코치의 조언
정의윤 절실함과 맞물리며 후반기 불꽃타격


48경기서 타율 0.314(159타수 50안타)에 11홈런 36타점. SK 정의윤(29)의 7월 24일 이후 성적이다. 개막 이후 4개월간 32경기에서 타율 0.258(66타수 17안타)에 홈런 없이 7타점에 그쳤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 박병호와 닮은 정의윤, SK의 시선이 옳았다!

정의윤은 7월 24일 LG에서 SK로 트레이드됐다. 부산고 시절 만루서 고의4구를 얻어내던 유망주. SK는 1차적으로 선수에 대한 ‘진단’을 잘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구장이 아닌, 타자친화적인 SK행복드림구장에서 정의윤의 장타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심리적 문제가 생각보다 많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SK 김용희 감독과 코치진은 정의윤을 일단 ‘편하게’ 해줬다.

정의윤은 빠르게 변화하며 LG 입단동기인 박병호(넥센)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박병호는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 이후 ‘4번타자로 부담 없이 네 스윙을 하라’는 주문 속에 그해 잔여 51경기에서 타율 0.265(185타수 49안타)에 12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이미 넥센과 박병호가 SK와 정의윤에게 해답을 제시했는지도 모른다.

● 정경배 코치의 조언, 다 받아들이는 정의윤

SK 코칭스태프는 여기에 ‘디테일’을 더했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편하게 해주는 동시에 철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했다. ‘편한대로 해라’에서 ‘훈련 때 이렇게 한 번 해보고, 실전에선 편한대로 해라’로 바뀌어갔다.

아무리 지도자가 좋은 방법을 가르쳐준다 해도 선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그러나 정의윤은 SK 코칭스태프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었고, 조언을 모두 받아들였다. 그는 이적 전 길이 33.5인치, 무게 880g의 배트를 사용했다. 정 코치는 7월 28∼30일 광주 원정 3연전 때 타격훈련을 하다 문득 “너무 짧고 가벼운 배트를 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34인치에 900g인 최정의 배트를 써보라고 권유했다. 타고난 힘과 어울린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에도 시작은 “훈련 때 한 번 써봐”였다. 프리배팅 때 자신감을 얻은 정의윤은 실전에도 최정의 배트를 들고 나갔고, 이적 후 첫 홈런이 터진 광주 원정을 계기로 배트를 새로 주문했다.

● 정말 잘하고 싶다는 절박함, 그리고 3번의 기회

정경배 코치도 대화를 통해 뭐든지 받아들이는 정의윤에게 놀랐다. 배트 교체 외에도 타격 시 손의 위치를 가슴 높이로 내리게 하는 등 기술적 변화에 집중했다. 그의 ‘어퍼스윙’ 궤적에 더 어울리는 옷을 찾아갔다.

정의윤은 도대체 어떻게 정 코치의 조언을 빠르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까. 그는 이 질문에 “정말 잘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에게 이 같은 절박함을 허락한 것은 지금껏 없던 ‘세 번의 기회’였다. 정의윤은 “경기에 나가서 해보니 ‘이건 어떻다’ 느끼게 됐다. 예전엔 첫 타석에서 못 치면 언제 교체되나 눈치를 봤다. 이제 3번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니 ‘이번엔 이렇게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선수와 팀, 선수와 코칭스태프에는 궁합이 있다고 한다. 정의윤과 SK도 돌고 돌아 짝을 찾은 듯하다.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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