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핵·미사일 도발로 日자위권 행사 빌미 주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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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9일 일본의 안보법안 강행 처리와 관련해 “우리와 교전 상태에 있는 미국의 침략적인 군사행동에 공공연히 가담해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조선을 침략의 첫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며 “침략 책동들에 대처해 전쟁 억제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70년 만에 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된 것을 우려하는 것은 식민지배로 고통을 겪은 당사자로선 당연하다. 그러나 북이 이를 미일의 대북(對北) 침략 의도로 규정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명분으로 삼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안보법안을 밀어붙인 것은 보통국가처럼 군사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꼭 한반도 사태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에 투입되는 미군을 후방 지원하거나 북이 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상황에 따라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사실이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한국 정부의 요청과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 한일 양국 정부의 설명이지만 우려가 없지 않다. 일본의 역할이 한미의 대북 억지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과 함께 군사대국화로 치닫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불신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달 16일 한미 정상회담과 다음 달 말의 한중일 정상회담 및 한일 정상회담은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무엇보다 한반도 상황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일본이 개입할 여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외교안보 역량이 더욱 절실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이 추가 핵실험을 시사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성 김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6자회담 9·19 공동성명 10주년을 맞아 “북한과 진정으로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평양이든 다른 곳이든 장소는 중요치 않다”고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6자회담 구성원들은 모두 유엔 헌장을 준수할 책임이 있고 유엔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북의 도발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9·19 공동성명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국제사회의 경고를 북은 가볍게 여겨선 안 될 것이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해 북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촉발해 고립만 심화될 것이다. 일본이 자위권을 행사할 빌미를 주고 이를 정당화시켜 주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 이런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북이 핵과 미사일 카드를 만지작거리면 아베 총리가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북한#외무성#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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