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은퇴 후 시작한 그림, 중국과 일본 평단을 흔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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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쿄도미술관 전시, 설파 안창수 화백

호랑이(포착) 화가의 도전의식을 호랑이가 먹이를 포착하는 모습으로 형상화한 그림.
호랑이(포착) 화가의 도전의식을 호랑이가 먹이를 포착하는 모습으로 형상화한 그림.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현실로 만든 설파(雪波) 안창수 화백. 그가 붓을 잡은 지 11년 만에 제46회 일본수묵화수작전에서 외무대신상을 받는다는 소식이다. 이 상은 일본전국수묵화미술협회가 주최하고 외무성, 문화청, 도쿄도 등이 후원하는 일본 최대의 수묵화공모전으로 한국인으로는 처음 받는 뜻깊은 수상이다.

이 수상이 놀라운 것은 안창수 화백이 60년 간은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가 은퇴 후, 60세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

그는 부산고등학교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한국수출입은행에서 30여 년간 전문금융인으로 근무하다 대우조선해양의 고문직을 끝으로 은퇴한 뒤 동양화가로 변신, 제2의 인생을 누구보다 신명나고 멋있게 살고 있다.

정작 그는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은퇴 후, 고향 양산으로 돌아와 소일하던 중 친구의 권유로 붓글씨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닭을 한번 그려 보았는데 주위에서 칭찬을 하며 그려 달라는 부탁을 해 오고, 부산 고교 동기는 중국 유학을 가보는 건 어떻겠느냐며 권유를 했다. 시작은 마치 운명처럼 일사천리로 술술 진행됐다. 그러나 운명의 힘보다 더 큰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으니, 6개월을 계획한 유학길이었지만, 2년간 단 한 번도 한국에 안 들어오며 그림에 매진했다. “남들은 빨리 됐다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정말 힘들었어요. 이 나이에 그 어린 학생들과 같이 배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붓을 잡는 손에 하도 힘을 주다 보니, 지금도 손가락이 안 넘어가요.”

방학 때는 1급 미술사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따로 배우며 고군분투한 끝에 6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상을 거머쥐었다. 첫상은 역시 닭 그림으로 받게 됐다. 다시 6개월 만인 2006년 3월에는 임백년배전국서화대전 1등을, 또 6개월 만인 2006년 말에는 중화배전국서화대전 금상을 수상했다.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고자, 일본 교토의 교토조형예술대학으로도 동양화 유학을 떠났고 물론 일본에서도 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양산시립도서관의 ‘양산향토인물’ 선정, 부산중고재경동창회 2013년청조인상, 연세대 상경ㆍ경영대동창회 ‘2013년 자랑스러운 연상인상’을 수상했다.

개인전으로는 2009년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화조화전을 시작으로 서울삼성동 중아갤러리 초대전, 작년 6월 부산광복동 BS부산은행 갤러리전, 올해 3월 서울인사동 갤러리신상 초대전, 5월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개인전까지 9회의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은 도쿄 우에노에 위치한 도쿄도미술관에서 11월 8∼15일 전시되며, 수상식은 11월 10일 우에노세이요켄(上野精養軒)에서 있을 예정이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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