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前의원 “부실 국감에 與野 모두 반성-자성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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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前의원이 보는 요즘 國監

7선 의원을 지낸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은 불량 국감을 막기 위해서는 여야가 당 차원에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상임위 활동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7선 의원을 지낸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은 불량 국감을 막기 위해서는 여야가 당 차원에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상임위 활동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정감사는 제헌헌법에 의해 1949년 최초로 실시됐다. 그해 12월 3일자 동아일보는 ‘국회 자체가 국가행정을 감사해 민의에 맞는 적절한 시책을 결정하기 위해 국정감사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국감은 1972년 10월 유신헌법이 선포되면서 잠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정조사권만 남긴 채 국정감사권을 없앤 것이다. 외국의 사례가 없고 의원들이 국감을 이용해 회사나 단체로부터 당선 때 들어간 밑천을 뽑으려 한다는 ‘국감 회의론’이 한몫했다.

이후 1987년 헌법 개정에 따라 사라진 지 16년 뒤인 1988년 국감은 부활했다. 당시 국감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비리 △우편 검열, 전화 도청에서부터 삼청교육대 사건, 김근태 씨 고문 사건에 이르는 인권유린 △행정의 부조리 △학원 및 언론 탄압 등이 도마에 올랐다.

1981년 11대 의원을 시작으로 7선 의원을 지낸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에게 국감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요즘 국감을 보면 어떤가. 무용론도 나올 정도인데….

“기업인들 중심으로 무차별로 증인 신청해서 제대로 질문도 못 하고 돌려보내기도 하고, 피감기관이 700개 넘을 정도로 많다 보니 부실 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장이나 여야가 여러 문제점을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해서 제도를 바꾸든지 관행을 고쳐야 되는데 그런 반성, 자성이 전혀 없다.”

―예전 국감 땐 어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할 때는 국감 훨씬 전부터 16개 상임위를 총재가 직접 챙겼다. 정책위의장, 원내지도부, 상임위원장 등을 배석시켜 놓고 점검회의를 했다. 총재가 ‘이번 감사 때 뭘 할 것인가’ 의원마다 얘기해 보라고 했다. 그럼 의원들이 준비를 안 할 수가 없다. 지금 국회 보니까 원내지도부가 그런 거 하는 거 봤나. 국감 대책회의라고 하긴 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이번 감사는 민생 감사 등 구호성 이야기나 하고 끝내버린다.”

―여야가 어떻게 개선해야 되나.

“원내대표 임기가 1년인데 최소한 2년, 4년까지도 해야 된다. 경험도 쌓고 경륜도 쌓이다가 1년 뒤면 바뀌는 게 폐단이다. 상임위원장도 마찬가지다. 한 명이 4년은 해야 된다. 지도부 리더십이 약해진 것도 문제다. 지도부가 의정 활동을 지도해 주고 통제해 줘야 한다.”

―운영상 문제는 없나.

“국정감사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보면 상임위가 2인 이상의 의원으로 감사반을 구성하게 돼 있는데 그걸 거의 안 하고 있다.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소속 위원이 30명이다. 30명이 한 개 감사반이 돼서 각 부처 다 하면 능률적 운영을 할 수 없다. 15명씩 2개 반으로 나눠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를 맡는 식이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는 뭘 바꿔야 되나.

“국회의장이 국감 때 할 일 없다고 외유 자주 가는 관행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이제 국감 중에는 의장이 직접 챙겨보고 격려도 하고 하면서 뭐가 잘못 됐나 고민해야 된다. 몇 개월 전에 사무처 입법조사처 등 전부 동원해서 뭘 개선할지 상임위원장들과 회의를 해야 된다.”

정의화 의장은 13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남미 순방 중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조순형#국감#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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