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의 ‘인공태양’ ITER 건설 역사적 사업 총괄 어깨 무거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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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신임 ITER 사무차장

지난달 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신임 사무차장에 선임된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위원. 그는 “우리나라는 첨단소재 개발 등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지난달 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신임 사무차장에 선임된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위원. 그는 “우리나라는 첨단소재 개발 등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이런 역사적인 사업을 총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전 세계 에너지 전문가 600여 명이 참석한 ‘제12차 국제 핵융합기술심포지엄’이 열린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15일 이경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신임 사무차장을 만났다. 이 사무차장은 2007년 시작된 ITER 건설의 기술을 총괄할 적임자로 지난달 말 임명됐다.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ITER는 태양의 중심처럼 1억 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서 가벼운 수소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변하도록 인공적으로 핵융합반응을 일으키고 이때 나오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얻는 장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의 국가들이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ITER는 서울 여의도공원 2배 크기의 부지에 건설비만 약 10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실험시설이다. 이 사무차장은 “2020년 첫 플라스마를 얻은 뒤 실험을 거듭하면 원자력발전보다 수십 배 효율적인 핵융합발전소를 2050년경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다라슈에서는 핵융합을 일으키는 ITER의 핵심 장치인 ‘토카막’을 설치할 메인 빌딩 건설이 한창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데다 여러 나라가 모이다 보니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ITER 사무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하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3월에는 프랑스 원자력에너지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베르나르 비고가 신임 사무총장으로 급히 선임됐다.

이 사무차장도 ‘구원투수’로 선발됐다. 그는 2008년 한국형 핵융합실험로 ‘KSTAR’ 건설과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ITER 사무차장에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특히 KSTAR는 ITER와 구조가 거의 같아 KSTAR에서 밝혀낸 핵융합 원리를 ITER에서 대규모 실증 시험으로 활용하는 등 보완적으로 쓸 수 있다. ITER는 KSTAR의 25배 규모다.

현재 이 사무차장과 쌍두마차를 이뤄 ITER 프로젝트의 행정을 총괄할 사무차장으로는 다다 에이스케 ITER 일본사업단장이 선임됐다. 이 사무차장은 “나는 목표를 보고 돌진하는 타입인 반면에 다다 사무차장은 꼼꼼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며 “비고 사무총장 등 우리 세 명이 시너지를 낸다면 ITER 프로젝트에도 성공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기 5년의 사무차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10월 카다라슈로 떠난다. 그는 “죽고자 하면 산다는 뜻의 ‘사즉생(死則生)’ 세 글자를 써서 액자로 만들어 프랑스로 가지고 갈 생각”이라며 “ITER가 실패하면 평생 핵융합 연구에 바친 내 인생도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
#이경수#인공태양#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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