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예능도 힙합 전장도 ‘센 언니’들이 접수한다

남자예능 대세 속 인기
MBC ‘진짜사나이-여군특집’
엠넷 ‘언프리티랩스타2’

남성 중심적인 ‘예능의 정글’ 속에서 여성의 군대체험, 힙합 서바이벌 등을내세운 MBC ‘진짜사나이―여군특집’(왼쪽)과 엠넷의 ‘언프리티랩스타2’의한 장면. 두 프로는 남성의 외모를 농담 소재로 삼거나 남성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남성을 쳐다보는 설정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해당 화면 캡처

《 국내 예능프로그램은 남성 연예인의 독무대다. ‘무한도전’ ‘1박2일’ 등 장수 예능은 물론이고 육아예능과 ‘쿡방(요리방송)’,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남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런 가운데 MBC ‘진짜사나이-여군특집’과 엠넷 ‘언프리티랩스타2’가 남성 예능들 틈새에서 여성만 출연하는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

MBC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은 지난해 8월 첫 방영 후 세 번째다. 남자들의 ‘진짜사나이2’보다 4∼5%포인트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성 출연진이 입소한 첫 회 시청률은 17.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남자들의 ‘진짜사나이2’ 시청률은 12.7%였다.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의 여성 버전인 ‘언프리티랩스타2’는 시즌1이 화제를 모으자 시즌2부터 금요일 오후 11시로 편성됐다.

두 프로그램 모두 군대와 힙합이라는, 남성성이 강한 분야에 여성들을 끌어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병영 체험을 내세운 ‘여군특집’은 입대한 여성 출연진이 낯선 군대 문화에서 겪는 좌충우돌 체험을 주요 웃음 소재로 다룬다. 엄마, 아이돌, 외국 출신, 미녀배우, 개그우먼 등으로 구성된 출연진은 신체검사를 통해 몸무게와 키를 가감 없이 공개하고, 화생방훈련을 받고 침이나 콧물을 흘리기도 한다.

‘진짜사나이’의 서창만 책임프로듀서(CP)는 “군대라는 공간에 여성이 입대한다는 의외성과 그 속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성들의 돌발성이 재미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 시청자에겐 군대에서 고생하는 여성들을 보며 자기가 했던 고생을 위로받는 심리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래퍼 간 대결을 강조하는 ‘언프리티랩스타2’는 처음 만난 여자들끼리 서로를 탐색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재미를 준다. 이 과정에서 여자들은 상대를 시샘하거나 평가하고 때로는 깎아내린다. 동시에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책 ‘예능은 힘이 세다’의 저자 김은영 TV평론가는 “방송이 ‘여성은 질투가 많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식의 고정관념을 부추기거나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을 재미 요소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프리티랩스타2’의 첫 방송 시청률을 나이와 성별로 분석한 결과, 30대 남성과 10대 여성 순으로 높았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30대 여성(2%)이 가장 높았다. 씩씩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선망하는 ‘걸 크러시(Girl Crush·여성이 여성에게 반하는 것)’ 코드가 특이한 소재를 찾으려는 방송사의 요구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언프리티랩스타2’ 제작진은 “남성만큼 힘 있는 여성 래퍼들의 모습이 여성 시청자에게 인기를 끄는 것 같다”며 “앞으로 여성들 간의 치열한 대결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출연진 간의 솔직한 속내나 사담(私談)을 그대로 노출하다 보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여군특집’의 6일 방영분에서 “남성 소대장의 엉덩이가 화났다”는 출연진의 발언이 성희롱 논란을 빚었고 제작진이 사과했다. ‘언프리티랩스타2’는 ‘사이퍼’(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랩을 하는 것) 영상 도입부에서 래퍼 헤이즈가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남성을 훔쳐보는 설정에 일부 시청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