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사지 말고 빌리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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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79>실속 ‘장난감 도서관’

“사 주자니 한번 쓰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자니 기가 죽는 건 못 보겠고.”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집안 곳곳에 넘쳐나는 장난감이다. 아이들은 어딜 가든 신기한 장난감에 눈길이 사로잡힌다. 하지만 구매해도 곧 흥미를 잃고 어딘가에 처박아두기 일쑤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혹여나 자기 애가 기가 죽을까봐 고가이지만 선뜻 지갑을 열곤 한다. 워킹맘 이희범 씨(34)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면 다들 안고 있는 장난감 고민을 ‘장난감 도서관’으로 해결했다. 다음의 이 씨의 말.

딱 이틀 걸리더라고요. 우리 아들 찬희(2)가 새로운 장난감에 질려 거들떠보지 않는 시간이. 그래도 사줄 수밖에 없어요. 제가 직장을 다녀 주말에만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 울면서 “저거 사 줘” 하면 마음이 아파 지나칠 수가 없어요. 몇 번 가지고 놀지도 않은 장난감이 방 하나를 채울 때에야 장난감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8월 제가 다니는 직장 근처에 서울 영등포구 장난감 도서관 1호점이 문을 열었어요.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점심시간에 둘러보니, 700개가 넘는 장난감이 쌓여 있더라고요. 연회비 1만 원을 내면 장난감 2개를 2주씩 빌려 줘요. 지금까지 찬희가 갖고 싶어 하던 드럼과 진공청소기, 소방차 장난감 등을 여기서 모두 빌렸죠. 샀다면 20만 원이 훌쩍 넘어갈 제품들이었어요.

효과는 상상 이상이더군요. 아이들은 호기심이 왕성하지만 지속 시간이 짧아요. 2주가 되면 아이가 “다른 장난감 줘”라고 말해요. 지난 주말에는 마트의 장난감 코너를 지나가다 앰뷸런스 장난감을 보고 “저거 사줘”라고 떼를 썼는데, “지난번에 놀았던 소방차하고 똑같은 거야”라고 말하니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장난감 빌릴 때 위생이 제일 고민될 거예요. 제가 가는 곳은 매일 소독한다고 해요.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된 다른 장난감 도서관도 그렇게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집과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이용하세요. 피아노나 자전거처럼 은근히 덩치 큰 장난감이 인기라 이용하기 편한 곳이 아니면 반납하기 힘들어요.

저는 한 달 이용했지만 너무 만족해요. 다른 엄마들도 한번 이용해 보세요. 생활 속의 작은 낭비 줄이기, 시작이 힘들었지 해보면 별거 아니었습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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