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의 무한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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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실력 안되지만… 나의 한계는 계속 넘고 싶다”

프로야구 넥센의 중심타자 유한준(34)은 재능에 비해 그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다. 팀 동료인 박병호(29)와 강정호(28·피츠버그)에게 가려져 왔기 때문이었다. “정호나 병호를 보고 배운 게 많다”고 말할 정도로 스스로도 욕심을 크게 내지 않는다.

유한준은 올 시즌 17일 현재 타격 3위(0.363), 최다안타 1위(173개), 득점 5위(98), 출루율 4위(0.434), 장타력 6위(0.584), 타점 6위(106) 등 공격 주요 부문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라 있다. 득점권 타율은 0.393으로 2위고 홈런도 21개를 쏘아 올렸다. 오른손 타자로서 박병호와 견줄 수 있는 활약이다. 지난 시즌 기록했던 자신의 역대 최고 성적인 타율 0.318, 홈런 20개, 91타점을 모두 갈아 치웠다. 유한준은 “시즌을 앞두고 목표 기록을 정해 놓지 않았다. 그래서 시즌 중에는 기록을 보지 않고 있다”며 “시즌 끝날 때 내 손에 놓인 기록지를 보고 감동을 받고 싶다. 그래서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현대에 입단한 그는 그해 한 시즌을 2군에서 지냈다. 2005년 1군 무대에 데뷔했지만 성적은 26타수 5안타로 타율은 0.192에 그쳤다. 이후 4년도 존재감 없이 보낸 그는 2010년부터 야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2011년까지 2년 연속 규정타석을 채우며 0.290대 타율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2012∼2013년은 다시 출장과 결장을 반복했다. 유한준은 “절박함보다 압박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야구를 막 알아갈 때인 2012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하고 나니 아무것도 안 됐다”며 “2013년 시즌이 끝난 후 야구를 즐겁게 하자고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올 시즌 유한준은 각 팀 주력 투수에게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 윤성환(6타수 3안타), KIA 양현종(6타수 4안타), kt 옥스프링(6타수 4안타), LG 소사(9타수 5안타) 등을 상대로 5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유한준은 “역시 못 쳐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운 탓”이라며 웃었다.

유한준은 “정호나 병호처럼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을 만한 실력은 안 된다. 정호를 보고 희열을 느끼고 병호를 보며 자랑스럽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을 통해 내가 아직 배울 게 더 많다고 느낀 만큼 내년 시즌 내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야구에 빠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시즌 우승과 ‘프리미어 12’ 국가대표다. “대학(동국대) 시절에도 결승에 두 번 가서 모두 졌고, 프로에서도 2군에 있던 2004년 현대 시절을 빼고는 우승한 적이 없어요. 우승에 대한 ‘로망’이 큽니다. 국가대표로도 선발되면 더욱 영광이죠. 2002년 대륙간컵 야구대회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 선수가 돼 하루 종일 유니폼을 입고 벗고 했던 기분을 다시 느꼈으면 해요.”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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