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못난 나무도 재목처럼 ‘쓸모있는’ 세상이 오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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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손이 트지 않는 약을 개발한 사람이 있었다. 그 고품질의 핸드크림 제조 기술을 가진 집안은 대대로 솜 세탁을 하며 살았는데 하루는 어떤 과객이 그 정보를 듣고 제조 기술을 금 백 냥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주인은 그 제안을 수락했다. 과객은 그 기술을 전쟁에 사용했고, 승전 포상으로 나중에 큰 영지를 얻었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 한 사람은 솜 세탁 일을 하고, 한 사람은 영주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차이가 무엇일까. 바로 고정관념이다. 손이 트지 않는 약은 솜 세탁에만 유용하다고 철석같이 믿은 솜 세탁 장인의 생각이 그를 묶은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현실에도 많다. 우리는 보통 사회적으로 정해지거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을 깨부수기 힘들어한다. 가령 공부를 잘하고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좋은 아이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고성능과 최신 디자인을 장착한 것을 좋은 제품으로, 친절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좋은 서비스로 여긴다. 꼭 그럴까? ‘장자’의 다음 이야기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데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장자의 친구인 혜시(惠施)가 ‘큰 줄기는 구부러지고 잔가지는 비비 꼬여 있어서, 크기는 하지만 재목으로 쓸 수 없어 목수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무’가 한 그루 있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자 장자가 대답했다. “지금 자네는 무엇 때문에 그 큰 나무를 쓸모가 없다고 걱정하는가? 나무 아래에서 낮잠이라도 즐기면 되지 않겠는가? 누가 베어 갈 일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어찌 쓸모가 없다고 곤혹스러워하는가?”

자본주의·물질중심주의에 길든 현대인들은 모든 용도와 쓸모를 경제적인 관점과 결부시키곤 한다. 그런데 사실 이 세상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양면적이다. 사고뭉치, 게으름뱅이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만 바꾸면 훌륭히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고성능과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만이 아니라 질박하고 고풍스러운 제품이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말과 이론만이 아닌, 진짜 발상의 전환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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