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죽은 프로농구, 혼돈의 1라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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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베팅’ 11명 출전보류 어수선… 대표 8명 빠져 관중감소 부채질
주전 4명 공백 KGC 가장 큰 타격… 전자랜드-오리온은 승수 쌓아가
초반 변수가 시즌 전체에 큰 영향

지난주 개막한 프로농구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1라운드를 치르고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11명이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받은 데다 모비스 양동근을 포함해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 8명이 23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위해 빠졌기 때문이다.

대표팀 차출과 불법 도박이라는 두 가지 변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구단은 KGC다. 전창진 전 감독의 자진 사퇴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팀의 간판인 센터 오세근과 김승기 감독대행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포워드 전성현이 불법 도박 혐의로 뛰지 못하고 있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팀에도 2명(가드 박찬희, 이정현)이 차출됐다. 몸값 합계 8억 원에 육박하는 주전 4명이 이탈한 KGC는 초반 2연패에 빠졌다.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LG도 한숨이 나온다. 주전 가드 김시래가 상무에 입대한 뒤 대안이었던 유병훈이 불법 도박에 연루됐다. 주득점원 김종규는 대표팀이다. 반면 전력 누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자랜드는 2연승을 달렸다. 미디어데이에서 “모든 팀이 우리를 다크호스로도 꼽지 않았다”며 섭섭해 했던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1라운드에서 최대한 승리를 챙기면 6년 연속 PO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이승현과 장재석이 빠졌지만 애런 헤인즈, 문태종, 조 잭슨 등 팀의 새 얼굴들이 맹활약하며 3연승을 기록했다. 선수층이 두꺼운 덕분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아시아선수권 종료 후인 다음 달 6일부터 소속팀에서 뛸 수 있지만 대부분의 팀이 1라운드(9경기)를 마친 뒤다. 게다가 기한부 출전 보류 선수들은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1라운드는 물론이고 2라운드 이후도 장담할 수 없다. 박건연 MBC 해설위원은 “1라운드에서 7, 8승을 한 팀이 6강 PO에 떨어진 적이 없다. 반면 1, 2승에 그치면 나중에 정상 전력을 갖추더라도 만회하기 어렵다. 초반 두 변수가 시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대비 프로농구 관중은 18.9%(15일 현재) 줄었다. 도박 파문으로 등을 돌린 팬들도 있지만 스타들이 빠진 것도 관중 감소의 원인이다.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면 프로농구는 2라운드부터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더 큰 흥행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 위원은 “만약 한국이 2∼4위에 주어지는 내년 올림픽 세계 예선 출전권조차 따지 못하면 거센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16일 KCC와의 경기에서 27득점, 8리바운드로 맹활약한 박상오를 앞세워 2연패에서 탈출했다. 초보 사령탑 조동현 감독은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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