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전주 시내버스 ‘보조금’ 여론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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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노선 손실분 전액 보조를…” 업주들, 요금인상-차량 감축 요구
시민단체 “자구 노력부터 해야”

“땅 파서 장사하란 말이냐.” “운행 중단 협박 말고 자구 노력부터 하라.”

전북 전주시의 장기 현안인 시내버스 문제에 대해 적자를 주장하며 보조금을 올려 달라는 버스회사와,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준법 경영부터 하라는 시민단체들이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전에 나섰다.

전주 시내버스 문제는 수년째 파업과 직장폐쇄, 고발, 사법 처리가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노사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데다 상대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한 버스 운전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시내버스 이용자의 대부분이 노인과 학생 등 교통약자이고 지도층이 적어 사태 해결이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시는 교통약자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타는 시내버스를 만들겠다는 방침으로 시민과 노사가 참여하는 ‘시민의 버스위원회’를 만들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업주들 ‘요금 인상, 노선 감축’ 요구

전주 시내 5개 시내버스 회사(신성, 전일, 제일, 호남, 시민여객) 대표는 15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버스요금을 100원가량 올리고 적자 노선과 차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주 시내버스 요금이 다른 지역보다 100∼200원 싸고 전주 시내 121개 노선 중 흑자를 보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표들은 “전주시가 적자 노선에 강제 운행을 시키면서도 손실분은 100%가 아닌 85%만 보조하고 있다”며 “손실분을 전액 보조해주는 준공영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2004년 850원이던 버스 요금이 10년 동안 350원 오르는 데 그쳤다”며 “불합리한 요금체계를 개선하고 적자 노선 운행을 줄여 버스업체 경영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복수 노조가 허용되고 노조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시내버스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특정 성향의 정당 및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십 차례에 걸쳐 수사와 감사를 받아왔고 업무 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불법행위 사과하고 상식 경영 하라’


시민단체들도 16일 “보조금 인상 전에 준법 상식 경영부터 하라”고 반격에 나섰다.

공공운수노조전북본부 등 2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전주시내버스 완전공영제 실현 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 인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시내버스 업체들이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 및 회계 개선 방안은 내놓지 않고, 보조금 증액에만 목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010년 119억 원이던 보조금이 매년 증가해 내년에는 21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주 업체들이 타 지역보다 버스 1대당 보조금을 더 많이 받는데도 적자가 나는 것은 경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또 “버스업체가 주장하는 보조금 100% 지원은 공영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전주시도 단순히 보조금만 지급할 것이 아니라 시내버스 관리 권한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준상 전주시 대중교통과장은 “현재처럼 회사 측의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증액할 수는 없다”며 “해마다 시 예산으로 회사의 적자 폭만 메우는 구조가 아니라 회사 측은 자본을 투자하고 노조 측은 서비스 개선으로 승객을 늘려 경영 상태가 좋아지고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시내버스가 되도록 하는 상생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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