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짜증나고 불안하고… 격무는 뇌기능도 망가뜨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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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과도하게 시달리다 보면 탈진 상태에 빠진다. 조직 구성원이 소진(Burnout)된다는 것은 조직에 중대한 손실이다. 소진이 어떻게 인지적, 감정적 역량의 손상으로 이어지는지 파악하기 위해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의 연구진이 실험을 했다. 이를 위해 소진 증상이 있는 사람 40명을 실험군으로, 건강한 사람 70명을 대조군으로 모집했다.

소진 집단은 최근 수 년간 주당 60시간에서 70시간을 일한 이들로, 질병이 아닌 스트레스 때문에 전신의 통증, 피로, 가슴 떨림, 불안, 업무 효율 저하 등의 증상을 겪은 사람들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사건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와 부정 감정 발생 시 이를 얼마나 잘 조절하는지를 측정했다. 이와 함께 자기공명영상장치를 통해 부정 감정에 반응하고 조절할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하는지 파악했다.

연구 결과, 부정적 사진에 반응하는 정도는 소진된 집단과 대조 집단에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감정 조절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소진 집단은 대조 집단에 비해 부정적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했다. 뇌 영상 자료 분석 결과, 소진 집단은 편도체와 전전두엽 및 운동피질과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다.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늘 심각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반면 편도체와 시상(시상하부 포함)의 연결성이 강하다는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일차적 생존 반응이 강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소진된 사람이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는 것은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진된 사람은 부정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대할 확률이 높다. 종합적인 사령탑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과 환경 탐지 기능을 하는 편도체 사이의 연결성이 떨어져 상황 판단을 신속하게 하지 못하다 보니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데 서툴게 된다. 사소한 사건마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접근하다 보니 짜증을 쉽게 내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직원들에게 일을 과도하게 많이 시키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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