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親盧박수’로 혁신안 처리한 새정연, 국민은 안중에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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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체제 개편과 내년 총선 공천안이 포함된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안이 어제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다. 혁신안 처리 연기와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구했던 안철수 의원은 아예 불참했다. 상당수 비노(비노무현) 인사들은 무기명 투표를 요구하다 거부되자 집단 퇴장했다. 재적 576명 중 340명이 참석한 가운데 혁신안은 박수로 가결됐다. 예상됐던 결과이긴 하나 혁신안 통과에 재신임을 연계한 문재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세력으로서는 일단 1차 관문에서 압승을 거둔 셈이다.

그렇다고 친노 주류와 비노 비주류 간의 내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주승용 문병호 김동철 의원 등 비노 인사 12명은 혁신안 내용은 물론이고 처리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성명을 냈다. 반발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혁신안은 실패했다”며 정치적 결별 가능성까지 경고했던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사다. 문 대표가 추석 전까지 매듭짓겠다고 한 재신임 투표도 남아 있다. 실제 강행할지, 강행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문 대표가 승리한다 해도 비노 측이 깨끗이 승복할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번 혁신안 처리가 갈등의 종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 대표 중심의 친노 주류와 안 의원을 비롯한 비노 비주류 간의 다툼은 언뜻 보면 혁신경쟁 같지만 본질은 당권 장악을 위한 권력투쟁이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권 구도에서 얼마나 유리한 고지에 서느냐가 달린 싸움이다. 혁신이 ‘목적’이 아니라 권력투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제1 야당의 권력투쟁은 고질병이다. 지난 8년간 17번이나 대표가 바뀐 것도 그 때문이다. 잦은 이합집산으로 다양한 계파가 존재하는 데다, 특히 선거 연패가 결정적 원인이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운동권 출신의 친노가 당의 지배주주로 등장하면서 온건 중도 개혁 성향의 정치인들은 배겨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민의 시각에서는 당내 권력투쟁으로 허구한 날 싸우는 모습도 신물이 나지만, 혁신 운운하면서도 당과 구성원들이 혁신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는 모습은 더 실망스럽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친노, 비노 할 것 없이 당 전체가 감싸기에 발 벗고 나섰다. 비리 혐의로 구속됐음에도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직을 고수하고 있는 박기춘 의원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의원 하나 없다. 새정치연합은 과연 혁신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국민의 눈으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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