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지고 단단해져… 고급스러움의 기준 한단계 끌어올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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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4세대 풀체인지 ‘렉서스 RX’


“세계 최고의 명차를 만들어라.”

1983년 8월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에이지 회장은 수석임원들에게 이런 명료한 지시를 내렸다. 이에 1400명의 엔지니어와 2300명의 기술자는 6년에 걸쳐 450개의 시제품을 내놓으면서 신차 개발에 착수했다. 브랜드명은 고급스러움을 뜻하는 럭셔리(Luxury)와 법과 기준을 뜻하는 라틴어 렉스(Lex)의 합성어인 ‘렉서스’. 고급스러움의 기준이 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탄생한 렉서스의 첫 중형세단인 LS400은 1989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 2년 만에 가장 많이 팔린 고급 수입차의 대명사가 됐다.

‘최고의 명차를 만들라’는 주문은 완성차업계의 경영자 누구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실현을 한 사례는 손꼽을 정도로 적다. 도요타의 제조능력과 시장의 흐름을 읽는 정확한 눈이 없었다면 아시아 회사가 자동차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이뤄낼 수 없는 성과다.

도요타 렉서스는 3일(현지 시간) 미국 서부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4세대 풀체인지 모델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형 RX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렉서스가 생산지인 일본 대신 미국에서 론칭 행사를 연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렉서스 판매의 60%가 미국에서 이뤄진다. 특히 포틀랜드는 미국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 많아 렉서스의 주요 고객군이 모여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파괴적 혁신 이뤄낸 RX


렉서스의 RX는 1998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래 SUV의 실용성과 프리미엄 세단의 고급스러움을 함께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형 RX는 준준형 SUV인 NX에서 시작된 렉서스의 새로운 디자인 특징을 물려받으면서 외양부터 기존과 확실히 차별화했다.

렉서스 패밀리를 상징하는 전면부의 그물망 모양인 ‘스핀들 그릴’은 확대 적용됐다. ‘L’자 형상의 LED 헤드라이트가 장착됐고 범퍼 역시 공격적으로 다듬어졌다. 날카로운 칼로 양옆을 자른 듯한 외관에 길이는 더욱 길어졌다. 길이는 4890mm로 기존 대비 120mm, 휠베이스 역시 2790mm로 50mm가 늘었다. 전폭은 1895mm로 10mm가 증가했다.

이른바 ‘암막형 C필러’를 적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밖에서 보면 측면의 유리창이 뒷문과 연결된 듯하다. 이 덕분에 차제의 윗부분인 루프라인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여 ‘플로팅 루프라인(Floating Rooflin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런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차체의 강성이 더 탄탄해야 한다. 신형 RX를 개발한 가쓰다 다카유키 수석엔지니어는 “차체 크기가 커졌지만 총중량은 동일하고 차체의 강성도 기존보다 약 20%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성인 5명이 편히 탈 수 있을 만큼 넓다. 트렁크도 514L로 기존보다 54L 커졌다. 렉서스 최초로 트렁크의 엠블럼 근처에 손을 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터치리스 파워백’ 기능도 채택했다.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앞 유리창에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적용했다.
올 하반기(7∼12월) 중 미국부터 출시되는 렉서스의 신형 RX 450h의 내부 모습. 렉서스 제공
올 하반기(7∼12월) 중 미국부터 출시되는 렉서스의 신형 RX 450h의 내부 모습. 렉서스 제공


날렵한 외관, 편안한 승차감


신형 RX의 라인업은 V6 3.5L 엔진을 장착한 RX 350과 RX 450h(F스포츠 포함), 2.0L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을 얹은 RX 200t로 구성된다. RX는 다른 프리미엄급 SUV와 달리 V8 엔진 대신 V6 엔진을 사용한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연비와 출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번 행사에서 포틀랜드의 외곽 지역을 운전하는 다양한 시승체험도 이뤄졌다. 직접 타 본 RX 450h(하이브리드)는 3.5 자연흡기 엔진과 배터리가 조합돼 총 파워는 313마력에 이른다. 경쟁모델인 BMW X5 등과 비교해 가볍다. 150km 이상의 속도를 내도 몸의 흔들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편안한 승차감은 독보적이다.

요철 구간에서도 몸에 전해지는 충격은 최고급 세단 수준에 이를 정도로 적다. 렉서스가 적용한 ‘액티브 스태빌라이저 서스펜션’은 차가 회전할 때 좌우로 기우는 각도를 계산한다. 차가 기울어지면 자동적으로 스태빌라이저가 분리되면서 차를 수평상태로 유지시켜 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수평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연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운전을 했지만 L당 10km 안팎의 연비를 보였다.

날렵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뛰어난 승차감은 RX가 거친 오프로드를 달리는 터프가이보다 도심을 화려하게 질주하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인상을 준다. 가쓰다 수석엔지니어는 “RX의 고객 대부분이 도심에서 운전하기 때문에 신형 RX 역시 도심 주행에 집중했지만 눈길이나 진흙 등에서의 주행성능도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신형 RX의 국내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규슈의 렉서스 공장에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면 올해 말 미국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기존 RX의 가격이 8000만 원대인 만큼 비슷한 수준에서 국내 가격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포틀랜드=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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