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영호남 상생 협력’ 봇물 터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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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특산물 직거래장터 등… 자치단체-민간인 교류협력 활발
‘전남-경남도민의 숲’ 2016년 조성…정치적 앙금 털어내고 화합 도모

영호남을 잇는 최초의 다리인 섬진교 개통 80주년을 맞아 7월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 주민들이 섬진교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영호남을 잇는 최초의 다리인 섬진교 개통 80주년을 맞아 7월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 주민들이 섬진교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 13일 오후 전남 진도군 향토문화회관 앞 광장. 국악의 고장인 진도에 감미로운 통기타 선율이 울려 퍼졌다. 진도아리랑과 육자배기 가락에 익숙한 진도 주민에겐 다소 낯선 음악이었지만 주민들은 금세 가을의 낭만 속에 빠져들었다. 올해 처음 열린 ‘가을맞이 섬섬옥수 음악회’는 영호남 예술단체가 마련한 재능기부 콘서트다. 경남 거제예술단체 회원들이 통기타와 색소폰을 연주하자 진도의 ‘걸쌈패’ 회원들은 사물놀이와 북춤으로 화답했다. 이평기 진도 걸삼패 회장(57)은 “영호남 예술인들이 음악으로 우의를 다지는 기회가 됐다”며 “11월에는 거제에서 합동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2. 전남도 해양항만과 해양레저 담당인 이동욱 씨(48)는 경북 의성이 고향이다. 경북도 동해안발전본부에서 일하다 2개월 전부터 전남도에서 근무하고 있다. 영호남 상생협력을 위해 전남도와 경북도가 사무관 1명씩을 1년간 상호 파견하는 인사교류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이 씨는 섬이 많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전남의 해양 업무를 경험하기 위해 해양항만과 근무를 신청했다. 이 씨는 “처음 한 달은 도청 내 분위기를 익히고 업무를 파악하느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현장에 자주 나가 해양관광레저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 영호남 상생협력 봇물

영호남 자치단체뿐 아니라 민간단체 간 교류협력도 활발해지면서 동서화합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개설된 특산물 직거래장터는 영호남의 거리를 좁히는 가교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11일 경남 진주시 상봉동 가마못공원 일대에 설치된 부스에는 완도에서 가져온 전복과 미역, 다시마 등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 차려졌다. 진주시 상봉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마련한 완도 특산물 직거래장터다. 수산물 1250개 박스는 행사장을 찾은 300여 명에게 전량 판매됐다. 최외숙 상봉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완도군 약산면과 4년간 이어온 신뢰가 바탕이 됐다”면서 “영호남 상생의 의미를 살려 직거래장터 판매 수익금을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도군은 8일부터 이틀간 경북 경산산업단지에서 추석맞이 직거래장터를 열었다. 장터는 완도와 경산에서 각각 5개 업체가 참여해 전복, 건어물, 가공식품, 비파, 젓갈류, 버섯, 된장류, 감, 더덕 등 60여 품목을 시중보다 싼 값에 판매했다. 완도군은 경산산업단지와 2013년 기관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매년 설·추석 명절에 직거래장터를 열고 있다.

○ 자치단체 교류협력 가속도

전남도와 경북도는 옛 전라도와 경상도 중심의 영광을 재현하는 ‘영호남 지명유래 고도 관광자원화 사업’에 나섰다. 두 자치단체는 일제강점기 철거된 경북 상주의 경상감영과 나주의 나주목(牧) 성벽, 성문 등 재생사업에 내년부터 10년간 각각 500억 원씩 모두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주에는 과거 경상감영의 성벽과 성문 모형이 갖춰진 관광지가 들어선다. 나주에는 나주목의 성벽과 성문이 조형물로 조성돼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전남도와 목포시, 경북도와 구미시 등 4개 자치단체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에 내년 6월까지 각각 ‘전남도민의 숲’과 ‘경북도민의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이의 정치적 앙금을 털어내고 영호남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2009년부터 본격화된 대구시와 광주시의 ‘달빛동맹(달구벌과 빛고을의 합성어)’은 현재 사회간접자본시설, 경제산업, 환경생태, 문화체육관광, 일반협력 등 5개 분야 23개 과제를 공동 발굴해 추진 중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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