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졸속 개장… 이용객 뿔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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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을 통해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찾은 승객들이 출입구를 찾지 못해 짐가방을 끌며 차도로 이동하고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역을 통해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찾은 승객들이 출입구를 찾지 못해 짐가방을 끌며 차도로 이동하고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0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높이 50cm가량의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있던 A 씨(25)는 “다시는 고속철도(KTX)를 타고 이 터미널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이날 일본 후쿠오카(福岡)로 가기 위해 친구와 동대구역에서 기차로 부산에 왔다. 일행은 부산역 앞에서 택시를 타려고 했지만 거리가 짧다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당했다. 길을 물어 부산역 2층으로 다시 올라가 역사 후문으로 이동하자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란 표지판이 보였다. A 씨는 “무거운 짐을 끌고 이동하기에는 길이 너무 불편했다. 터미널 건물에 도착하고서도 출국장으로 가는 출입구를 찾기 어려워 위험한 차도를 통해 올라왔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해당 차도에는 짐가방을 든 사람들이 줄 지어 걷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문을 연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졸속 개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문제다. 외지인이 많이 이용하는 부산역에서의 경로도 문제지만 부산시민이 이용하는 도시철도 초량역에서 가는 길도 험난하다. 200m가량의 어두운 굴다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터미널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노선도 2개뿐이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불편하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안내판 설치와 홍보물 비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연간 12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500여 명의 상주 인원이 있지만 식당은 3층 출국장에 한 곳뿐이다. 또 10만 t급 크루즈선이 들어올 수 있는 선석이 1개 있지만 터미널까지의 이동시설이 없어 배에서 내린 뒤 840m가량을 걸어야 한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내년 하반기 예정이던 크루즈 선박과 터미널 사이 무빙워크 설치를 앞당기고 식당도 확충하겠다”며 “승객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선사 등과 시설합동점검반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프로젝트인 북항 재개발 사업 전체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2008년부터 부산 동구 부산항 부두 일원 153만 m²를 항만·친수시설과 상업·업무시설이 복합된 복합도심지구로 만들고 있다. 부지 조성과 기반시설 구축에 2조388억 원, 상부 시설 구축에 6조4802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항만·친수시설이 전체 부지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터미널의 활성화 여부가 사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하지만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주변에 조성된 부지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시민 B 씨(62)는 “어둠이 내린 뒤 여객터미널을 이용하려면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겁이 난다”며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1∼4부두의 사업구역 중 1, 2부두 사이는 아직 매립공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최근 해양수산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북항 재개발 충장로 지하차도 착공비 55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북항 재개발 지구와 부산역 일대 원도심을 갈라놓은 충장로를 지하로 건설하기 위한 사업이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충장로 지하차도 건설 사업과 함께 부산역에서 오는 보행자 이동로 설치를 위한 예산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설 확충을 통해 여객터미널 이용을 보다 활성화하고 주변 부지 조성을 마무리해 이르면 11월부터 상업 부지 분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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