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관한 메시지 작으나마 심어주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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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만화 ‘삐꾸 래봉’ 마영신 작가

마영신 작가는 “현실과 무관한 판타지 스토리는 싫다. 최근 연재를 시작한 웹툰 ‘19년 뽀삐’도 현실 속 강아지 이야기”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학교폭력 이야기를 그린 ‘삐꾸 래봉’의 마지막 장면.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마영신 작가는 “현실과 무관한 판타지 스토리는 싫다. 최근 연재를 시작한 웹툰 ‘19년 뽀삐’도 현실 속 강아지 이야기”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학교폭력 이야기를 그린 ‘삐꾸 래봉’의 마지막 장면.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학교폭력은 이 땅의 모든 교실에 만연한 처치곤란의 현실이다. 자기보다 약한 타인을 괴롭히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어른들의 못난 습성을 아이들은 그대로 배워 학교에서 실습한다. 학교폭력을 다룬 ‘삐꾸 래봉’(창비)은 소재의 선도가 도드라지는 만화는 아니다. 이야기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산불에 끼얹는 양동이 물처럼 무의미해 보인다.

초등학교 5학년생 래봉이는 수학을 잘하는 조용한 성격의 소년이다. 키 작고 싸움도 못해서 친구들이 ‘삐꾸’라고 놀려도 그러려니 대꾸 않고 지낸다. 하지만 뭐든 자기보다 잘하는 아이를 가만두지 않는 반장, 가만히 있는 아이 괴롭히기가 취미인 종열이가 그를 표적으로 삼는다. 이유 없이 두들겨 맞고 성희롱까지 당한 래봉이는 결국 자살을 결심한다. 마영신 작가(33)는 “모두 어린 시절 경험에서 얻은 이야기와 캐릭터”라고 말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러 아이의 모습을 짬뽕했다. 좁은 새장 같은 환경과 스트레스가 학교폭력의 원인이라고 보지만 원체 나쁜 심성을 가진 아이도 분명 존재한다. 반장은 결말에서 개심하는 반면 2인자 노릇을 하던 종열이는 더 폭주한다.”

원래 결말은 래봉이의 자살이었다. 마 씨는 어린이잡지 연재 도중 결말 방향을 바꿨다. 폭력에 대해 그리다가 스스로 폭력에 무뎌졌음을 느낀 것. 그는 “내가 래봉이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 이야기의 사실성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자살의 위기에서 래봉이를 구해줄 캐릭터를 궁리해 넣었다”고 했다.

그림체가 예쁜 만화는 아니다. 의협심 강한 친구 은철이는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서 뽑아낸 듯한 얼굴을 가졌다. 그러나 평면적이지 않은 인물 설정이 몰입을 돕는다. 은근히 약삭빠른 구석도 있는 래봉이는 결말에서 자신도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하고 던진 농담이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그때 알았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내 만화가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 당장은 모른다고 해도 나중에 기억을 되씹으며 의미를 깨닫는 경험이 있다. 그런 편린이 되길 희망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학교폭력#삐꾸 래봉#마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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