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의 시장과 자유]구본무 이영애 이승철의 ‘특별한 성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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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권순활 논설위원
여배우 이영애를 빼어난 미모의 인기 연예인으로만 생각했다. 이번에 다른 장점을 봤다. 이영애는 지난달 4일 최전방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활동을 하다가 북한의 지뢰 도발로 중상을 입은 김정원 하재헌 하사를 위해 5000만 원의 성금을 냈다. 나라를 지키다 부상한 장병을 위해 적지 않은 금액을 선뜻 기탁한 마음 씀씀이가 아름답다.

가수 이승철도 동참했다.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한 독도 합창 다큐멘터리로 받은 문화예술인상 상금 전액을 성금으로 전달했다. 어느 페이스북 사용자는 “이승철이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썼다.

‘지뢰 부상 장병’ 격려의 물결

20대 초반인 김정원 하재헌 하사는 다리와 발목 등을 잃는 큰 아픔을 겪고도 의연하게 행동했다. 그것이 많은 국민에게 안쓰러움과 함께 감동을 줬다. 대통령이 두 장병을 위문하면서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것은 당연하다. 나라를 지키다가 피해를 본 장병을 홀대하는 나라라면 누가 목숨을 걸 각오를 하겠는가.

내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된 ‘격려성금’의 물결이었다. 물꼬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텄다. LG는 지뢰 폭발 직후 두 장병을 위해 각각 5억 원씩 모두 10억 원의 위로금을 기탁했다. 구 회장은 육군 중장 출신인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감사 전화를 걸자 “저희가 돈 벌어서 어디다 쓰겠습니까. 이런 곳에 써야죠”라고 답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LIG넥스원, 계명대, 일부 단체와 익명의 시민들도 성금을 냈고, 효성은 기념공원 조성을 후원키로 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군인 경찰관 소방관들에 대한 구 회장의 관심은 각별하다. 2013년 바다에 뛰어든 시민을 구하려다 희생된 경찰관의 유가족과, 작년 7월 세월호 사고 현장 지원활동 후 소방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소방관의 유족들에게도 위로금을 전달했다. 올해 신설한 ‘LG 의인상(義人賞)’의 첫 수상자는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특전사 군인이었다. 한국 재계에 이런 기업인이 늘어나면 기업에 대한 국민의 애정이 깊어질 것이다.

SK 등 몇몇 기업이 지뢰 도발 후 자진해서 전역을 연기한 병사들을 우선 채용키로 한 것도 주목된다. 신(新)안보세대의 등장이 반갑지 않은 일부 인사는 ‘안보 상업주의’ 운운하며 비난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면 다 알지만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 가라’는 군대 생활 말년에 누가 강권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제대를 늦추기로 결단했다면 영어 실력 조금 나은 젊은이보다 조직에 훨씬 도움이 되는 인재로 클 수 있다. 적어도 걸핏하면 도심에서 불법시위를 벌이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회단체에 기부금을 내고 특혜를 주는 것보다는 백번 잘한 일이다.

‘제복’의 헌신과 희생 예우해야

안보와 치안을 책임진 군인 경찰관 소방관은 민간 직업은 물론이고 일반 공무원과 비교해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웬만한 사명감 없인 쉽지 않다. ‘제복’에 흙탕물을 튀겨 눈시울을 찌푸리게 하는 함량 미달도 심심찮게 나오지만 압도적 다수는 지금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헌신과 희생이 돋보이는 ‘영예로운 제복’들에게는 국가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격려하고 예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정원 하재헌 하사에게 전달된 경제계와 연예계 인사들의 위로금이 그런 풍토가 정착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특별한 성금’이 됐으면 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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