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복지제도 남발신규 23% 승인 못받아… 중앙부처 2%의 10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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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새로 도입하려 했던 복지제도 중 중복 또는 과잉 복지라는 이유로 ‘불승인 판정’을 받은 비율이 중앙 부처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가 도입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앙 부처가 추진하려 했던 복지제도 46건 중 1건(2.2%)이, 지자체는 127건 중 29건(22.8%)이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은 지자체나 중앙 부처가 복지제도를 마련할 때 유사·중복, 과잉, 형평성 여부 등을 검증하는 절차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와 중앙 부처 간 불승인 판정 비율의 차이는 지자체가 중앙 부처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인기영합주의 성격이 강한 복지제도들을 도입하려 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뽑힌 지자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제도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자체들이 도입하려고 시도했던 복지제도 중 가장 많이 불수용 판정을 받은 건 △장수수당 지원 △장수축하금 지급 △효도수당 등 이른바 ‘노인 대상 장수수당’과 관련된 제도들이다. 불수용 판정을 받은 29건의 복지제도 중 12건(41.4%)이 장수수당 관련 제도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기초연금과 같은 취지의 수당이기 때문에 유사·중복 제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노인 대상 이발비, 미용비, 교통비 지원과 관련된 복지제도들도 기초연금과의 유사·중복,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지적돼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최근 정부 차원의 ‘복지재정 효율화’ 작업이 추진되면서 지자체들의 복지제도 신규 도입은 상대적으로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과정에서 불승인 판정을 받아도 지자체가 이를 무시하고 제도 시행을 추진할 경우 마땅히 제지할 수단은 없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행정자치부는 올해 안에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을 거치지 않거나, 여기서 나온 결과를 무시한 채 복지제도를 시행할 경우 교부세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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