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80분 비공개 회동, ‘재신임’ 합의 도출 못한채 헤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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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표결 철회를” 文 “연기 불가능”
文, 혁신안 관련 문제제기에 공감… 양측 “추후 더 의견 교환” 여지 남겨
野, 16일 중앙위 열어 혁신안 의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 개최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을 놓고 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15일 80분간 비공개 회동을 했으나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16일 당 혁신안을 결정하는 중앙위원회는 예정대로 열린다. 다만 양측은 “재신임과 혁신안에 대해선 추후 의견을 더 나누기로 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날 오전 안 의원은 “문 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뒤 오후 6시 문 대표와 모처에서 만났다. 안 의원의 요청으로 시간과 장소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표는 “중앙위와 재신임 투표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고 안 의원은 “중앙위에서 혁신안 표결을 보류하고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회동 직후 김성수 대변인은 “혁신안과 관련해 문 대표는 (안 의원의 주장에) 공감했고 중앙위 이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위 이후 다시 만나 접점을 찾을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이번 ‘재신임 정국’에서도 문 대표는 다른 비노(비노무현) 진영 인사들이 날을 세울 때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안 의원의 목소리에는 즉각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이 13일 ‘문 대표에게 드리는 글’에서 “중앙위 무기 연기와 재신임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문 대표는 이튿날 직접 쓴 답장에서 “재신임 투표를 취소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하면서도 “우리 당을 바꾸는 일에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우리 당의 한 축이고,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전략적 제휴’ 관계였던 정세균 의원마저 돌아서자 안 의원까지 놓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의원 역시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탈당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 중앙위 개최는 문 대표에게 양보하는 대신 재신임 건은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반(反)문재인’ 전선의 확실한 대표 주자로 부상하는 정치석 성과도 거뒀다.

“우리는 문재인만으로도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지만, 문재인을 배제한 총선 승리도 불가능하다”는 김부겸 전 의원의 지적처럼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어느 한쪽이 없이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변수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문 대표 측은 “재신임을 통해 당의 구심력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도 이번에마저 물러서면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을 우려한다.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다만 ‘적대적 공존관계’인 두 사람이 중앙위 이후 다시 만나 극적으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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