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미사일 美본토 사정권… 도발땐 6자회담 물거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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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로켓발사-핵실험 위협]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1일 공개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장인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제1발사장(위)과 제2발사장(아래) 위성사진.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1일 공개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장인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제1발사장(위)과 제2발사장(아래) 위성사진.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 다음 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의 ‘6’자도 못 꺼낼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15일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의 파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지피고 싶어도 북핵 대화 의지가 없는 미국을 설득하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북한 도발이 현실화할 경우 주변 열강의 외교적 역학관계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가동 중이라고 밝힌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북한은 14, 15일 잇달아 장거리로켓 발사 및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사진 출처 38노스
○ 북한 도발하면 주변 열강의 대응 거세질 듯

북한은 14일에 이어 15일에도 장거리로켓 발사 시사, 모든 영변 핵시설 가동과 핵실험 위협을 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강조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불만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위성 발사로 포장하고, 핵개발은 2013년 이후 계속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점이다. 북한도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가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을 의식해 ‘신중론’을 펴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장거리로켓이 아닌 평화적 위성이고, 핵개발도 새로운 게 아니니 강경 대응을 하지 말라고 읍소하는 모양새로도 비친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 8·25합의 이후 기회의 판도를 위기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봤다. 당장 25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 다음 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북한의 장거리로켓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느끼는 위협이나 심각성도 과거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 ‘높은 급’ 위성은 미국 본토 위협용

북한이 14일 언급한 ‘보다 높은 급의 위성’은 어떤 수준일까.

2012년 12월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로켓 은하3호의 사거리는 6000∼7000km로 추정된다. 은하 3호를 발사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의 높이는 30m. 이 발사대는 최근 60∼65m 정도로 증축됐다. 은하 3호보다 2배 큰 로켓 발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사거리 1만 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동창리 발사대 위쪽의 발사대 암(arm·로켓을 잡아주는 부분)에는 가림막이 설치됐다고 한다. 발사대 증축을 끝낸 북한이 로켓을 발사대에 설치하는 걸 숨기려고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북한은 14일 정지궤도 위성 발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북한은 고도 3만6000km에 정지궤도 위성을 정확히 올릴 기술이 없다. 북한의 로켓 발사 목적은 장거리미사일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15일에는 “각종 핵무기들의 질량적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플루토늄(PU)탄뿐만 아니라 고농축우라늄(HEU)탄을 개발하고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한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 유엔 안보리 강력 대응 나설 듯

전직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때는 한미가 협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미중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요구로 상당 부분 빠져 반쪽짜리가 됐다. 하지만 현재 시진핑 정부는 핵, 미사일 문제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한국이 안보리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 중국도 무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이 도발하면 중국이 제재 국면에 동참할지 선택해야 하는 진실의 순간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15일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쏘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신속하고 효과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안보리 이사국들과 긴밀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정부도 안보리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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