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차 핵실험·미사일 위협하는 北, 중국의 경고 듣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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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영변의 모든 핵시설 정상 가동을 공표하며 미국의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이 계속될 경우 “언제든 핵 뇌성(雷聲)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제는 ‘위성’을 언급하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협했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핵과 미사일 위력을 과시하는 듯하지만 실제 도발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의 지뢰 도발에 따른 위기가 8·25 남북 합의로 해소됐다고 방심하다간 더 큰 안보 위기가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북이 감행할 경우 남북대화 분위기는 싸늘해질 것이다. 다음 달 20∼26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도 먹구름이 끼면서 8·25 합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유엔이 강력한 대북 규탄 및 제재에 나설 것이 분명해 우리만 남북관계에 미련을 갖고 북에 면죄부를 주기도 어렵다. 정부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를 달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 역시 재개가 불가피할 것이다.

북은 2006년과 2012년에도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한 뒤 유엔이 제재하면 이를 빌미로 1차와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번에 북이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정책을 적시한 것도 강경 압박책의 전환을 촉구하거나, 도발 포기 대가를 챙기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이달 말 중-미 정상회담이나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북 관계 정상화를 통한 북핵 해결 논의를 촉구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국제사회가 이 같은 북의 위협과 도발에 한두 번 속은 것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고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어제 북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하는 공동언론발표문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이 어제 “우리는 유관국(북한)이 신중한 행동을 함으로써 한반도와 지역의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북이 도발을 시사하자마자 중국이 안보리 결의를 지키라며 즉각 제동을 건 것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북의 도발 움직임에 사전 경고를 한 바 있다.

시 주석의 발언이 진정성이 있는지는 중국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중이 과연 통일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는지도 차제에 판명된다. 핵과 미사일로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김정은을 억제하려면 국제사회와 함께 중국이 일치단결해 대응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북의 도발을 막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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