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쌀’ 에틸렌 가격 반토막… 화학업계 실적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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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에 저유가 여파 겹쳐

화학업계의 ‘쌀’로 불리는 기초원료 에틸렌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국내 화학업계가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당장 3분기(7∼9월) 실적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에틸렌 평균 단가는 이달 10일 기준 775달러로 6월(1420달러)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와의 가격 차(스프레드)는 같은 시기 834달러에서 341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에틸렌은 다양한 소비재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 세제의 원료인 계면활성제, 에탄올 등을 만드는 기초 원료다. 쓰임새가 워낙 다양해 ‘화학의 쌀’로 불리며, 화학업체들의 주요 수익원이기도 하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화학업체들은 석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사들여 자체 보유한 나프타분해센터(NCC)를 통해 에틸렌을 만들어낸다. 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을 뺀 금액인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가 줄어드는 것은 원료와 가공품의 가격 차가 감소해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마진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는 에틸렌 시장의 호황기였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나프타 가격이 동반해 폭락한 반면, 에틸렌 제품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화학업계는 통상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가 400달러 이상이면 실질적인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으로 본다. 6월 스프레드는 그 두 배가 넘었다. 에틸렌 가격 상승에 힘입어 롯데케미칼은 2분기에 전년 대비 658% 증가한 63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LG화학도 7분기 만에 최대인 563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정기보수에 들어갔던 중국과 유럽의 NCC가 가동률을 정상화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 위기에 따른 수요 부족까지 겹쳤다. 또 유가 하락이 나프타 가격을 거쳐 에틸렌까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화학업계 호황은 원료와 제품의 가격 인하 시차가 반영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수요 부족이 이어지면 언제 가격이 반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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