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채용 스펙은 ‘이것’…씁쓸한 취업청탁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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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스펙은 부모.’

올해 국회의원 자녀에 대한 ‘채용 특혜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면서 인터넷상에 떠도는 유행어다.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 전쟁에서 번번이 패배하는 청년들의 깊은 좌절이 묻어난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원 특혜 채용’에 대한 국민청구감사가 기각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2012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감사주사(6급) 경력 경쟁 채용 시험을 치러 왔다. 그런데 합격자(16명) 가운데 2명이 전직 감사원 사무총장과 국장의 아들이고 1명은 전 국회의원 아들이다. 평균 경쟁률은 31 대 1.

6월 채용 절차가 공정했는지 국민감사가 청구됐지만 감사원은 이를 기각했다. ‘감사청구서에 공공기관의 사무처리에 관해 법령 위반 또는 부패 행위의 구체적인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감사원은 “블라인드 테스트(눈을 가린 채 하는 방식의 점검)로 선발한 성적 우수자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자료를 이미 없앴다”며 자료 제출도 거부했다. 하지만 모두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우수한 지원자들인 까닭에 ‘부모 스펙’ 덕분에 합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 씁쓸한 장면도 있다. 국감 자료를 통해 이 같은 감사원 채용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의원은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다. 서 의원은 자녀 취업 청탁 의혹이 제기된 같은 당 윤후덕 의원 ‘감싸기 논란’의 중심에 있다. 윤 의원을 고발했던 A 변호사에게 전화해 “윤 의원의 전화는 청탁한 것이 아니라 통상 새끼(딸)가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옹호한 발언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지난달 31일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은 윤 의원 징계안에 대해 징계 시효(2년)가 지나 심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국회의원이 같은 동료 의원에 대해선 관대하고, 피감 기관에는 엄격하다면 국정감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국민감사청구를 기각한 감사원이나, 징계 심의를 각하한 새정치연합이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회 지도층이 스스로 높은 수준의 윤리적 잣대를 적용할 때, 청년들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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