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 ‘그 자리’는 어색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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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형 중앙 MF로 포지션 바뀌자 강한 압박에 자리 못잡고 어정쩡
킬러役 원했던 구단 기대 부응못해… 에릭센 복귀 땐 왼쪽 측면 맡을듯

“그의 새로운 팀(토트넘)이 간절히 원했던 페널티박스 부근에서의 저격수 역할보다는 보병에 가까워 보였다.”

14일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전날 선덜랜드와의 방문경기(5라운드)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23·토트넘)을 이렇게 평가했다. 4라운드까지 3골밖에 넣지 못한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원한 건 골 넣는 해결사 역할이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유럽 축구 전문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6.24(10점 만점)를 줬다. 토트넘의 선발 출전 선수 중 가장 낮다. 교체 선수까지 합쳐도 후반 39분 투입된 톰 캐럴(23·6.2점) 다음으로 낮다.

손흥민이 이적 후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길지 않고, EPL이 그동안 뛰었던 독일 분데스리가에 비해 공수 전환의 속도가 빠른 데다 몸싸움도 훨씬 거칠다는 점을 감안해도 기대 이하의 데뷔전이었다.

포지션 변경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전 소속 팀 레버쿠젠에서 왼쪽 날개로 뛰었던 손흥민은 오른쪽 날개 자리에서 선덜랜드와의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는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22)의 뒤를 받치는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처진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더 많이 뛰었다. 영국 언론들도 “손흥민의 포지션은 10번(처진 스트라이커)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했다.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자주 잡혔다. 그러다 보니 손흥민의 볼 터치는 선발 출전 선수 중 가장 적은 34회에 그쳤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을 좌우 측면뿐 아니라 중앙 공격수 자리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봤다. 그러나 측면과 중앙은 상대의 압박 수준이 다르다. 손흥민은 그동안 중앙에 비해 상대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한 측면에서 활동했다. 속도를 붙인 드리블로 경기장의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침투를 하면서 먼 쪽 골포스트 쪽으로 슛을 날리는 게 그의 전매특허였다. 손흥민이 선덜랜드전에서 맡은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는 그동안 크리스티안 에릭센(23)이 맡던 자리다. 10번 공격수로서의 손흥민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한 포체티노 감독은 부상으로 선덜랜드전에 결장한 에릭센이 복귀하면 손흥민의 위치를 왼쪽 측면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토트넘은 20일 안방에서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시즌 6라운드를 치른다. 이청용(27)이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뛰고 있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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