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부는 ‘행정한류’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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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카메룬에 2700억원 규모 전자통관시스템 수출
물품신고∼세금납부 원스톱 처리, ‘풀패키지 수출’ 역대 최대 규모
카메룬 “세수 증대-물류 원활화… 한국 벤치마킹 국가성장 이룰것”

관세청이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출의 새 장을 열었다.

관세청은 이달 초 아프리카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 전자통관시스템(유니패스·UNI-PASS)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 금액이 2억3000만 달러(약 2700억 원)로 우리나라 전자정부시스템 수출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2012년 카메룬 재무장관의 방한 때 유니패스 도입에 대한 관심 표명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래 3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 역대 최대 규모 전자정부 수출

이돈현 관세청 차장(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4일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서 카메룬 정부 관계자와 유니패스 수출 계약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관세청 제공
이돈현 관세청 차장(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4일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서 카메룬 정부 관계자와 유니패스 수출 계약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관세청 제공
유니패스는 관세청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초대형 전자통관시스템. 물품 신고, 세관 검사, 세금 납부 등 모든 통관 절차를 온라인 등을 통해 한 번에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빠른 수출입 화물 처리로 연간 3조8000억 원의 물류비용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계은행 통관행정 평가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카메룬 수출은 그동안 특정 기능 위주의 부분적인 시스템 수출에서 벗어나 수출입 통관과 징수, 조사, 위험관리 등 유니패스가 보유한 41개 전체 시스템이 풀 패키지 형태로 수출되는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또 향후 3년간 유니패스를 구축하고 12년간 유상 유지 보수를 수행하는 사업으로 시스템 구축부터 유지 보수에 이르기까지 시스템 생애주기(Life Cycle) 전반에 걸친 최초의 수출로도 기록되게 됐다.

이돈현 관세청 차장은 “계약 추진 도중 카메룬 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백지화 위기도 맞았으나 ‘민관 협력사업 방식’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컨설팅을 통해 카메룬 통관과 무역환경의 문제점을 분석한 뒤 미래 발전모형을 제시해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출은 2013년 연간 320억 원의 물류비용 절감과 1600만 달러의 세수 증대 효과를 거둬 세계관세기구로부터 기술혁신 대상을 수상한 에콰도르의 성공 사례가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 카메룬, “유니패스로 국가융성” 기대


올해 국가 총 예산이 72억 달러에 불과한 카메룬이 이 사업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국가발전을 이뤘듯 카메룬도 이번 시스템 도입을 ‘무역고속도로’로 인식하고 국가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카메룬은 유니패스 구축을 통해 세수 증대 효과와 함께 물류의 원활화로 국가성장을 이루고 행정의 투명성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계약 체결식에는 카메룬 재무장관과 경제장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이 같은 기대를 반영했다.

서명식에 앞서 리봄 리 리켕 미네트 카메룬 관세청장은 “가장 낮은 수준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관세행정을 펼치고 있는 한국의 성공 사례를 보고 유니패스를 선택한 것”이라며 “오늘(9월 4일)은 카메룬에 매우 중요한 날이며, 앞으로 변화하는 카메룬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계약과 함께 관세청은 카메룬 현지 회사와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 법인에는 국내 유수 정보기술(IT) 업체와 많은 중소 IT 업체들이 협업 형태로 참여해 향후 15년 동안 매년 22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아프리카#행정한류#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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