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이어… 전동車도 수백만원 훌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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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76>수입 브랜드 집착하는 부모

2개월 된 딸을 둔 정승연(가명·32) 씨는 유명 외국 브랜드 유모차 중고품을 알아보고 있다. 결혼 전에는 200만 원을 호가하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게 허세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애를 낳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엄마들이 모이는 카페나 식당은 사실상 ‘유모차 비교 품평회장’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도 마음에 걸렸다. 정 씨는 “비록 중고품이라도 겉으로는 외국산 유모차로 보일 테니 상관없다”면서도 “중고도 100만 원 가까이 줘야 살 수 있어 결코 싸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산 탈것’ 경쟁은 유모차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이 조금 자라면 부모들은 ‘우리 아이 외제차 태우기’ 경쟁에 돌입한다. 공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어린이용 고급 전동자동차가 그것이다.

부모가 무선 조종기로 조종하거나 함께 탄 채 운전할 수 있는 전동자동차 생산업체들은 벤츠, 아우디, BMW 등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 제휴해 로고를 그대로 사용한다. 크기만 작을 뿐 실제 자동차와 비슷한 외관 때문에 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30만 원대 국산 제품부터 200만 원이 넘는 수입품까지 다양하지만 브랜드와 기능을 따지는 부모들은 비싼 전동차를 선호한다.

인천에 사는 김주경(가명·35) 씨는 놀이터에 나갔다가 다른 아이들의 전동자동차를 졸졸 쫓아다니는 딸아이를 보고 자존심이 상해 전동차를 사 주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크기가 큰 데다 무거워서 야외로 나가려면 대형차에 실어야 한다는데 내 차는 준중형이라 걱정”이라면서도 “다른 애들이 외제차 장난감 타고 다닐 때 우리 아이만 ‘붕붕카’ 같은 걸 타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어른들의 허영심이 아이들에게도 물들고 있다. 다른 아이와 비교당하면 안 된다는 부모들의 경쟁심 때문에 아이들의 생활에도 허례허식이 밴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기 아이를 최고로 키우려는 부모들 사이에서 비싼 유모차와 장난감 등을 경쟁적으로 사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아이들에게 사치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할 부모들이 도리어 비싼 유아용품만을 선호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유모차#전동차#수입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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